EP.9 나는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 다시, 그리기로 돌아오다.

by 서히



무엇을 그릴 것인가는, 왜 그리는 가에서 시작된다

나는 오래 동안
“무엇을 그려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망설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질문은 언제나
“나는 왜 그리는가?”라는
더 깊은 질문에서 흘러나온다는 것을.


무엇을 그릴 것인가는
하나의 ‘주제 선택’이 아니라 나의 존재가 향하는 방향이다.

그 방향은 머리로 정해지지 않는다.
언제나 내면의 가장 미세한 떨림이 먼저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그 떨림을 먼저 듣는다.


그리는 것은 ‘발견’이지, ‘선택’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어떤 대상을 선택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발견이다.


캔버스 위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것,
형태가 되기 전의 감정,
발화되지 않은 숨의 잔향,
우연처럼 번지는 선과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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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히(徐熙). 끝난 줄 알았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들을 기록하는 예술가. The Residue Collector &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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