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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빈 Aug 02. 2016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오슬로에서 거지로 살아남기

노르웨이 여행기① 공짜(?!)로 이동하기, 히치하이킹편

용기를 내어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올렸다. 5분이나 지났을까, 승용차 한 대가 우리 앞에 선다. 첫 도전치곤 왠지 싱겁다. 그래도 이 비싼 도시에서 공짜로 이동할 수 있다니!   



  

“노르웨이 사람들은 히치하이킹에 익숙하지 않아서 잘 안 태워줘. 내가 너희를 발견한 건 너희에게 큰 행운이지 허허허”     


Darryn Lee라는 이름의 운전자는 스웨덴 사람이다. 몇 주간의 노동을 마치고 휴가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왜 여기까지 와서 일하세요?”   

  

노르웨이와 마찬가지로 부유한 나라인 스웨덴에서부터 이곳까지 와서 일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노르웨이의 높은 임금이 많은 스웨덴 노동자들을 끌어 모은다고 했다. 일주일에 약 37시간 정도의 적은 노동시간과 3~4시쯤이면 일과를 마치는 나라, 직업별 임금의 격차가 크지 않아 직업에 대한 선입견도 적은 나라. 이곳이 바로 모든 노동자들이 꿈에서만 그려오던 나라, 노르웨이다. 빡빡하다 못해 퍽퍽하기까지 한 한국 사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문득 노르웨이의 최저임금이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시간당 2만 원이다.(확실한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비싼 물가만큼 임금 소득도 그 정도 비율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이들의 임금에 비해선 물가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그래서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먹고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나보다. 갑자기 이곳에서 일을 하고 싶어 진다. 다시 오게 된다면 장사를 해야지. 우리나라에서 천 원짜리를 여기에선 몇 만 원에 팔아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나는 대학 때 미술을 전공했는데 지금은 로봇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미술 전공을 한 Darryn은 현재 로봇 산업계에 몸담고 있다. 미술과 로봇이라는 학문의 괴리가 무척 커 보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요즘처럼 뭐든지 다 되는 시대에 구시대적인 발상이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두 학문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북유럽이라고 하면 자연이 아름답고 삶이 풍요로운 나라, 그래서인지 멋진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아마 우리가 접하는 많은 책들과 기사 속에서 좋은 이미지를 많은 심어줬기 때문인 것 같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

     

하지만 또 막상 이곳을 잘 아는 현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엔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노르웨이의 모든 게 좋아 보이기만 하던 내 눈에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노르웨이는 유럽 최대의 석유 생산국으로, 이들을 부유한 나라로 이끈 최대 원동력이다. 여태껏 일을 열심히 안 하면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던 이유다. 오일쇼크 이후 노르웨이도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여 아직까지도 불안정한 경제상황이라고 한다.      


'다름'을 이해하는 나라라고 설명하면 될까? 인포에서 배포하는 오슬로시티 여행책자의 한 면.


노르웨이 사람들이 얼마나 별로냐면 말이야,


그러면서 그는 노르웨이 사람들이 얼마나 게으른지를 열변을 토하며 설명한다. 남의 땅에서 돈 받고 살면서 이렇게나 싫어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노르웨이 사람들은 일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더더욱 싫어하는 기질을 가졌다. 이들의 이런 태도 때문에 음식까지도 맛이 없는데, 이에 대해 그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는단다. 그저 주면 주는 대로 잘 먹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먹은 끼니. 배고파도 비싸니 사 먹을 수가 없다. 사진은 유명한 노르웨이 연어초밥 세트.


음식에 대해선 이렇게 관대한(?!) 반면 규칙에 대해선 굉장히 엄격한 편이라고 한다. 규칙을 어기는 이웃들에 대해서는 칼같이 화를 낸단다. 그는 예시를 들어 설명했지만 나의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이해를 하지 못했기에 이 부분은 패스.     


행정학을 공부하면서 북유럽의 선진적 복지시스템 이야기는 익히 들어와서 이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도 궁금했고,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책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요즘 정부에서 밀고 있는 ‘전기자동차 정책’이었다. 한 대당 약 80,000 유로인 이 자동차는 노르웨이 내에선 싼 편에 속하고 스포츠카 형태로 제작되어 속도도 굉장히 빠를뿐더러 정부에서 이 차에 대한 주차 특권을 부여하여 어느 곳에든지 주차를 할 수 있게끔 해 인기가 꽤 높다고 했다. 한 가지 단점은 적은 배터리 양이었다.    

  

이어 그는 노르웨이가 잘 하는 또 다른 분야로 스포츠를 꼽았고, 음악이나 그림과 같은 예술분야는 낮은 평가를 했다. 이들이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아저씨의 주관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이 한 마디로 노르웨이라는 나라를 정의할 수 는 없겠지만, 현지인에게 듣는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새롭고 재밌다.     


"50분을 달려오니 높은 빌딩이 보이기 시작한다."


50분을 달려오니 높은 빌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시내에 들어왔다! 고마운 스웨덴 아저씨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다. 중간방학 여행의 첫출발이 순조롭다. 하지만 이후 노르웨이에서 어떤 험난한 일이 펼쳐질지, 이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내에 딱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오슬로에 대한 소감은 깨끗한 도시와 말끔한 이미지의 시민들이 사는 곳이었다. 헬싱키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북유럽 특유의 여유가 이들의 표정과 걸음걸이에서 느껴졌다. 지금까지 러시아를 비롯한 발트 3국, 이전에 소비에트 연방국으로서 여전히 러시아의 문화가 남아있는 곳에서만 여행을 해왔기에 새로움을 못 느끼던 참이었다. 확실히 더 밝고 따뜻한 분위기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교환학생 친구들. 가만보면 우리 셋의 가방이 다 똑같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이들에게도 허점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엉망진창 교통질서였다. 스웨덴 아저씨의 말처럼 신호등이고 뭐고 모든 교통질서를 무시하는 것이 관습화 된 듯했다. 빨간불이 반짝이는 보행자 신호등에도 파란불처럼 당당히 건너는 사람, 차가 달려오는데도 천천히 스마트폰을 감상하며 횡단보도를 걷는 사람까지, 과연 이곳이 선진국인가 싶었다. 오히려 차들이 사람들을 무서워해서 언제든 조심 운전을 해야 했다. 아무리 사람 중심의 교통 문화라고 한들, 이들의 교통에 대한 무관심은 지나칠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그러면서 또 따라 해 보겠다고 덩달아 빨간불에 건넜다. 왠지 스릴 만점.



(진짜 거지 여행기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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