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엎기로 했습니다

약 4개월간 진행 해오던 인테리어를 갈아엎기까지.

by sarah

첫 미팅은 3월 초, 지금은 7월 중순.

약 4개월간 진행 해오던 인테리어 작업을 갈아엎기로 했습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다시 시작하기에는 시간도 많이 지체되어서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공사 마무리 단계였을텐데 하하;;)

최대한 이 선택은 하지 않도록 나름의 노력은 해봤지만,

지금의 이대로 끌고 가기는 무리라는 판단하에 다시 clean slate, 아예 새롭게 해보려고 합니다.




3월 초에는 약 다섯 개의 인테리어 업체들과 현장에서 미팅을 가졌었습니다.

디자인 스타일도 괜찮고 카페 작업 경험도 있는 곳들 위주로 리서치했고,

미팅하며 제가 모아둔 레퍼런스 이미지들을 보며 원하는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업체에서 보내주신 제안서들을 참고하여 최종 셀렉을 했습니다.


물론 결정적인 요인 중에는 저희 예산에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는지도 큰 부분은 차지했어요.

이미 몇몇 카페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곳들은 저희 예산으로는 감당 불가일 거라고 섣불리 판단했습니다.


그러다 놓친 것이 두 가지가 있어요. 업체의 규모와 포트폴리오의 다양성과 포텐셜.

아니, 어쩌다 그랬냐 싶으시죠? ㅎㅎㅎ


하필이면 저희가 셀렉한 업체가 처음 미팅을 가지던 시점에 사무실 이전을 앞두고 있었어서 사무실 방문을 못했고

'젊은 감각'을 찾다가 여태까지는 작은 규모의 작업만 해본 곳이 저희 사이트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못했어요.

(업체 측에서 하실 수 있다고 하신 말을 바보같이 곧이곧대로 믿었죠..)




제안서 주신 것을 베이스로 수정 요청을 드렸고 한 달 반 후 견적서를 받았습니다.

아니 근데 이게 웬걸. 애초에 말씀드렸던 저희 예산의 1.5배로 책정이 되어있었습니다.

(물론, 공사 들어가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터인데 그러면 최종금액이 약 예산의 2배 정도 되었겠죠 ㅎㅎㅎ)


여기서 들었던 세 가지 의문:

1. 애초에 프로젝트 따내기 위해 작업하셨던 제안서의 디자인과 그 후에 작업한 디자인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브랜딩이나 콘셉트가 녹여지지 않았고 그저 마이너 한 수정들만 있었을 뿐. 마감재 샘플을 보지도 못했고 화장실 디자인도 보지 못했다.

그 한 달 반 동안 뭘 한 거지?

2. '우리 예산이 이 정도예요' 말씀드렸는데, 보통은 최대한 그 선에 맞추도록 견적서를 뽑지 않나?

3. 어째서 건축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지?

예를 들면, 건축 준공을 위해 창문도 단열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말씀드렸음에도 디자인 적으로 어울릴만한 창문을 고집하였고,

외관도 내부 인테리어와 통일성이 있어야 하니 그 부분에 대한 디자인도 부탁드렸더니

제안은 드릴수 있지만 시공하는 업체는 모르니 알아서 하시라는 답을 들었다.




이때라도 끊었어야 하는데 미련하게 좋게 좋게 생각하자 하며 다른 시공업체에게 비교견적 요청을 하고 디자인 수정하느라 또 한 달 반을 날렸어요.


문제는 수정 과정 중에 공간의 특색과 컨셉이 다 날아갔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써의 고민은 할 생각이 없는 것 마냥

디자이너가 아닌 제 한정적인 머릿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곧이곧대로 수동적으로 적용만 시켜주실 뿐이었어요.

그나마 'creative' 한 것이 첨가되었다 할만한 부분들 마저도 그분들이 최근에 작업하신 곳들을 섞어놓은 듯했습니다.


물론 수정본의 결과는... 어떻게 피드백드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3D 상으로도 이런데 '아, 이대로 진행했다가는 공사 끝나기도 전에 후회하겠구나' 그제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멈추기로 했어요.




지금 저는 오전에 다른 업체와 미팅을 하고 나와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전에 제가 놓쳤던 부분들까지 감당하실 수 있을만한 검증된 곳이고

대표님 또한 매우 긍정적으로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이 우여곡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제대로 하고 싶다는 의지만은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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