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은 진지함과는 다른 말이다. 진지함이 자신의 생각을 꺼내는 ‘방식’이라면 진정성은 자신의 생각을 세상이 증명하는 ‘태도’이다. 실은 그래서 더 갖추기 어려운 것이 진정성이다. 진지함은 흉내 낼 수 있지만, 진정성은 있는 ‘척’해봐야 금방 티가 나니까. 멋진 사람과 멋져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몇 번의 대화로 바로 구별할 수 있는 것처럼.
유병욱, "없던 오늘", 북하우스, 2021, 183-184쪽.
먼 미래에, 한 7~8년 후 언젠가, 준비되었을 때 도전해보고 싶었던 일을 여러 가지 상황과 기회로 인해 요즘 준비하는 과정 중에 있다.
그것은 바로 진입장벽이 낮은 탓인지 현재 우리나라에만 몇십만 개가 있다는 '카페' 창업이다.
커피와 그것을 제공하는 곳인 카페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커피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시애틀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부터였다.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고, 구석구석 탐험하고, 사람 구경하기 좋아했던 스무 살짜리에게,
또 주말이 되면 과제를 들고서라도 캠퍼스를 벗어나고 싶었던 대학생에게
친구들과 수다 떨러 가거나, 적당한 소음과 배경음악에 파묻혀 과제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일주일 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카페만 한 곳은 없었고 시애틀에는 공간도, 커피 맛도 아주 좋은 옵션들이 어디에든 있었던 것이다.
몇 주 전 미국인 친구와 오랜만에 영상통화를 하다가 지금까지 진행된 3D 인테리어 렌더링 이미지들을 보여줬다.
너무 이쁘다, 기대된다라는 말들 뒤에 따라온 첫 질문은, '근데 이렇게 크게 하면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어?'였다.
그렇다. 매주 어딘가엔 새로운 카페들이 오픈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대형 카페'와 '베이커리 카페'들은 이미 익숙한 개념이 되었지만
미국과 서양권에서는 내가 준비 중인 곳과 같이 3층짜리 건물을 통으로 카페로 쓰는 곳은 스타벅스 리저브 정도 되지 않고서야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그래서 나도 컨셉을 잡고 사업계획을 하는데에 있어서 꽤 애를 먹었었다.
개인 카페라고 하기엔 규모가 조금 크고, 상업적인 냄새로 가득 찬 널리고 널린 대형 카페는 싫고.
누구나 혼자서라도 편히 책 읽거나 작업하러 올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수익은 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지구 반대편에서 경험한 그 공간과 느낌을 낼 수 있을까 등등 고민할 거리들이 수백 가지였다.
뭐든지 하기로 마음먹으면 제대로 하고 싶어 하는 성향 때문에 무작정 이 일을 시작하는 게 꺼려졌었다.
글의 앞머리에 적은 유병욱 작가의 말이 딱 내가 느꼈던 딜레마였다.
요즘 누구나 다 하는 게 카페 오픈이라서, 그게 트렌디한 거라서 하고 싶지 않은데.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이고 싶은데 그러기엔 난 아직 아무것도 아닌데.
진정성을 가지고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나는 아직 커피에 대해, 건축이나 인테리어 등 공간 디자인에 대해, 사업 운영에 대해 잘 모르는데.
더 배우고 더 먹어보고 더 경험하고 더 연구하는 것은 당연히 갖춰야 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 만들고 싶은 공간,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