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마음의 영원한 햇빛 4

메멘토

by 서현범

문득 이 모든 ‘별(別) 것’들이 모두 이정표가 아니었을까
이별(離別)에 납치되어 멀어지는 순간에도
너는 네게 오는 길에 낙엽을 깔아둔 것이 아니었을까
그 길이 폭신폭신 어렵지 않으라고

문득 모두 뽑아버린 잡초들이
모두 구속시킨 마약사범들이
레이저로 지저버린 문신들이 아쉬워졌다
솎아낸다고 솎아냈는데
아직 남은 프락치가 있다면 지금 나왔으면
그러면 이 밤에 작은 유희 거리가 될 텐데
지금 나오면 선처해주마
당장 투항하라
확성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에 묻혀버렸을까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문득 네가 깔아놓(았을 것으로 생각한)은 오솔길을 바라본다
한 번 걸어볼까 이 길의 끝에는 네가 서 있나
왜 이리 늦었냐며
아무 일 없다는 듯
미소 가득한 입가로 나를 맞을까

그러나 나는 결단코
나름의 합당한 이유들로
그 길을 걷지 않을 것이다
누구처럼 한숨 쉬지도 않을 것이다(The Road Not Taken Robert Prost)

자신도 모른 채 제 몸의 새겨진 문신을 발견한 사내
그 사내의 결말을 나는 모른다
그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옛날이야기들이 모두 그렇듯
행복하게 잘 살았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