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마음의 영원한 햇빛 3

메모장, 인스타그램

by 서현범

메모장을 켰다가 낯선 폴더를 발견했다. 초면인 메모들이 몇 개 있었다. 꾸준히 쓴 것은 아니고 생각날 때마다 쓴 것처럼 듬성듬성 잡초처럼 너의 메모가 숨어 자랐다. 내가 먼저 잠든 이후, 무료함을 못 이긴 네가 쓴 것이겠지. 인스타를 보다가 블로그를 보다가 트위터를 보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그래도 잠은 안 오고 더 볼 것도 없어 쓴 것일 테지. 한 뿌리 한 뿌리 잡아 뜯어냈다. 나의 수면 패턴을 기록한 초(草), 너의 무료함을 토로한 초, 오늘의 데이트를 기록한 초. 무성한 듯 듬성한 초록에는 내가 이걸 언제 발견하게 될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엄마 몰래 집안일을 해놓고는 먼저 말하지 않는, 엄마가 자연스레 발견해서 칭찬해주길 기대하는 어린아이 같은 그런 기대가. 결과적으로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별걸 다 했네. 잡초를 모조리 뽑아내 휴지통에 버렸다.
생각해보니 내겐 안 쓰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었다. 아무도 팔로우하지 않고 아무도 팔로잉하지 않고 그저 대나무숲처럼 임금님 귀의 형상에 대해 소상히 말해도 상관없는 그런 계정이 있었다. 불현듯 떠올라 숲으로 향했다. 역시나 여기에도 침입의 흔적이 있었다. 굳이 침입이라 말하는 것은 어쨌든 이곳은 나만의 장소이고, 내가 초대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파 놓은 구덩이 옆에 조금 작은 크기의 구덩이가 나 있었다. 별걸 다 했네. 두 구덩이를 모두 흙으로 메웠다. 봉긋 솟아오른 두 개의 무덤 속에 모든 것들을 함께 묻어두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