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마음의 영원한 햇빛 2

사진첩

by 서현범

마약을 탐지하는 훈련을 받았는데 몇 날 며칠 마약을 검출하지 못해서 우울한 마약 탐지견같이 나는 꼬리를 축 내리고 우울한 마음에 핸드폰 이곳저곳을 의미 없이 배회했다. 그러다가 뭔가 익숙한 냄새를 맡은 듯,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네이버 드라이브를 켠다.
환히 웃고 있는 너의 모습, 찡그린 표정의 너의 모습, 장난기 가득한 너의 모습, 우울한 듯 보이는 너의 모습, 수십 장에 달하는 너의 뒷모습, 너의 손, 손톱, 신발, 발가락, 목도리, 너의 머리칼, 너의 귓불, 너의 보조개, 너의 눈꺼풀, 너의 정수리, 너의 뱃살, 내가 알던 너의 모습과 다정한 우리의 모습들이 항공편 차트처럼 촤라락 펼쳐진다. 차트를 유심히 바라본다. 가장 빨리 출발하는 항공편은 무언지, 가장 먼저 도착하는 비행기의 모델명과 출발지를 확인한다. 게이트로 나가 코 평수를 최대로 넓히고 킁킁댄다. 익숙한 냄새를 찾으려, 숱한 훈련을 통해 익힌 냄새를 맡으려. 다양한 냄새가 혼재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토라진 시큼한 냄새, 다정한 날의 달콤한 냄새, 이른 아침의 텁텁한 키스 냄새, 불같이 화내던 날의 탄내, 말 못 한 불만들이 쌓여 썩은 하수구 냄새. 그 안에서 나는 후각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어떤 냄새를 맡아낸다. 가루같이 밝은색의, 강한 중독성의, 마약. 같은. 냄새. 냄새가 진동하는 동영상을 조심스럽게 누른다. 조심스럽게라는 말이 이상하지만, 조심스러웠다. 잘못 눌렀다가 자칫 지워질까 봐. 토옥하고 터질까 봐, 구멍이 뚫릴까 봐.
너는 나의 귀를 만진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어깻죽지를 만진다. 배를 쓰다듬는다. 머리칼을 만진다. 한 올 한 올 다 먹은 커피잔에 꽂힌 빨대를 만지듯 무심하게 커피믹스를 젓듯 소중하게 그러다가 갑자기 몇 가닥을 잡아당긴다. 잠든 내가 미간을 찌푸린다. 너는 크게 웃는다. 희미하게 의식이 돌아온 내가 묻는다. 왜 그래?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답한 너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그런데 나는 왜 항상 먼저 잠들었을까? 영상이 끝났다. 잠시 차트를 바라보았다. 멍하니. 이 차트가 전부 나에 대한 진단인 것인가. 그렇다면. 기침, 오한, 코막힘, 콧물, 가래 등이 모두 감기의 증상이듯이, 쓴내, 쉰내, 단내, 탄내가 내 증상이고 병명은 너 하나인가. 이런 생각들에 멍하다가 전부 개소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내 제 역할을 다한 뿌듯함에 기세가 등등하여 사납게 짖었다. 전부 구속시켜! 전부 선택을 눌렀다. 전부 삭제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