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
녹음기 속에는 생경한 녹음 파일들이 있었다. 나의 코 고는 소리와 나의 코 고는 소리 그리고 나의 코 고는 소리까지. 그리고 먼저 잠들어버린 나를 타박하는 너의 볼멘소리. 너는 우레와 같은 내 코골이에 놀라기도 하고, 대뜸 내뱉는 내 잠꼬대에 대응하기도 했다. 그런 나를 골리려고 내게 말을 걸기도 했다. 렘수면 속 나도 기어이 네 모든 말에 대답해냈다. 분명히 내 핸드폰에 저장된 내 목소리인데, 나는 기억이 없다. 자신의 몸에 새겨진 낯선 문신을 바라보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그리고 그 주인공처럼 나는 그 문신을 따라가기로 했다. 사진첩을 열어 첫 장부터 훑어 내렸다. 며칠 전 사진첩 사이로 몰래 숨어든 네 사진을 찾아낸 것이 생각난 까닭에. 그때의 네 사진은 잘 숨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너무 일찍 잡혀버린, 자기한테 술래가 안 보이면 술래도 자기를 못 본다고 생각하는 어린아이처럼 놀란 표정이었다. 나는 다시 술래가 되어 네 사진이 숨어있을 만한 곳들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너는 며칠 전에 이미 잡힌 까닭에 여기에는 이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