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톱, 계란

by 서현범

잠이 들지 않는 새벽 아끼는 시집을 한 권 편다. 사락 사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 바스락 바스락 발가락을 꿈틀대는 소리가 방을 울린다. 시는 여러 번 읽어야 한다고 떠들던 이는 쓰윽쓰윽 빠르게 글자를 훑는다. 수면유도제를 한 알 먹고서는 잠이 들기를 기다리는 새벽.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계란을 세 알 삶는다. 또각 또각 발톱을 깎다가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계란은 냄비 벽을 치며 단단하던 자신을 깨고 있다. 따닥따닥 따닥따닥 끓는 물에 계란은 냄비를 위아래로, 양옆으로 오다니며 조금씩 부서진다. 본체에서 떨어져 나간 작은 껍질들이 침전물처럼 냄비 아래로 가라앉는다. TV 뉴스에선 어느 정치인의 죽음이 화젯거리이다. 하나의 죽음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 나도 누군가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더랬다. 그 사람이 죽으면 나는 기쁠까. 눈을 질끈 감는다. 소금을 너무 많이 찍었다. 바싹 깎은 발톱이 따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