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by 채송화

퇴로




가만히 들여다보는 거울 뒤로

하루의 소소한 실수가 퇴로를 찾아 어색하게 서 있다


거울 앞에서는 근사한 내 모습만 남기고 싶기도

거울 앞에서는 내 마음이 보이지 않을 거 같아서

마음을 숨길 무대의 퇴로를 찾는다


지나치면 될 거 같아서

보이지 않으면 될 거 같아서

애써 웃는 표정과 괜찮은 표정으로

나와 나는 서로 협상한다


내 눈빛은 마음이 퇴로를 찾는 순간을

응시하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빗으로 머리를 정리하는 척하다

거울에 비친 눈동자가 흔들린다


하루의 숨구멍으로 여기며

가만히 나의 실수를 눈감아주고

나에게 스스로 합당한 작은 위로를 건네며

가만히 무표정한 얼굴에 화장을 하며 립스틱을 발라

나의 새로운 얼굴로 무대를 만든다


누구를 위한 연극도

누구를 위한 사기극도 아니 것만

스스로가 인생의 무대 뒤쪽에서 대본을 고쳐 쓴다


나는 내 인생에서 허점을 남기지 않는다 다짐을 하지 못하고

매번 돌아오는 실수를 다시금 주인공으로 무대에 세워

무탈한 인생을 연기하기 위해 기도한다



신이시여!

조금의 실수는 눈감아 주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의 연약한 결정이 때에 따라

그 결과가 처절하지 않도록

그 결과로 인생이 패배하지 않도록

그로 인해 누군가 불행해지지 않도록

작은 실수라 여기며 가벼이 살지 않도록

날마다 나 자신을 속이도록 내버려 두지 마시고

내일은 더 나은 빛이 나를 이끌어가도록

오직 악에 빠져들지 않도록 퇴로를 허락하소서



비장한 오늘의 연극 무대는 막이 내리고

소소한 오늘의 실수들은 무대 뒤 퇴로를 찾아

쓸쓸히 빠져나간다


그리고,

내일의 새로운 무대를 위해 화장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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