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날 꽃의 기억
세상 누군가에게
지난 봄날 꽃의 이야기를 전한다
꽃이 기억하는 봄이
우리가 기억하는 봄과 달라
서로의 기억을 조각내어 붙여본다
한없이 너른 하늘과 땅을
꽃이 나고 자란 시절의 고향이라 여기며
찬이슬 맞으며 아침나절 눈곱 떼고
우리가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네
한참을 서성이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에
기지개를 켜고 고개를 들어
꽃이 피어난 이야기를 조잘조잘 들려주었지
우리들의 온갖 사연과 슬픔들은 꽃으로 치환되어
온 세상을 행복하게 치장하며
우리는 기대로 가득했던 환희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냥 웃었던 기억이 전부였던 꽃에게
우리는 꽃이 못다 하고 간 이야기를 그리워한다
온전히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꽃의 삶은 온통 슬픔을 강제로 잊힌 피에로의 무대였더라
누군가의 수고가 보통의 행복으로 모두 정의되어 잊히지 않도록
서로 기억의 조각을 더듬어 다시 붙여 본다
먼바다를 돌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처럼
꽃이 진 빈자리에서 고향의 향기를 기억하여
다시 찾아올 올해의 꽃을 기다린다
늘 꽃에게 받기만 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회한이 남지 않도록
미처 전하지 못한 위안과 사랑의 말을 전하려 한다
받은 사랑을 기억하지 못할 때 애통하고
주지 못한 사랑을 기억해 낼 때 애통하다
가끔 우리들은 받은 사랑을
늦지 않게 누군가에게 돌려주기 위해
세상의 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