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
온갖 감정들이 거센 비바람 앞에서
뒤섞여가며 휘어져 간 벼들 처럼
생과 사의 목전에서 새롭게 정의된다
아무렇지 않았던 일상에
태풍이 지나가는 위력으로
감정들은 그 자리에서 쫄딱 비를 맞고
가장 먼저 무뎌진 감정들이 혼비백산하며
내 가슴을 휘젓는다
익어가던 벼들이 쓰러져가며
처절한 생의 사투를 몸소 겪으며
희노애락의 감정들은 삶의 무게를 지탱하는
흙바닥이 내어준 생명의 보류였더라
세상을 겪어내보지 못한 감정들이 내 것일까
살아있는 것들에 심심하지 않을 고민거리 하나쯤
매일 주는 것이 하늘의 이치일까
태풍이 세차게 지나간 자리에
하늘도 강물도 새롭게 삶의 의지를 다지기는 마찬가지다
하늘과 땅의 바람이 세상을 뒤섞고
내 감정과 너의 감정이 뒤섞이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바람없는 길에 꽃이 없듯
희노애락없는 인생이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