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상실로 또 다른 운명을 예감한다
꽃보다 앞서는 것은
어제 죽어간 내 겨울의 상실로 남은 기억들의 잔해
미처 땅 속에 묻히지 못한
겨울의 찬바람이 꽃 주위를 맴돌며
함께 봄날의 시절을 애절하게 맞이한다
꽃이 아직 찬바람에 흔들리는 이유는
겨울의 상실한 슬픔이 아직 아물지 않은 까닭이다
내 짧은 봄날의 목숨 살리고자
추위에서 인고한 목숨들의 희생은
내 목숨값의 외상이라
누구에게 갚아야 할지 몰라
두 손 뻗어 동냥으로 살아지는 이 세상에서
내 짧은 목숨의 계절이여
무엇인들 가져갈까
무엇인들 두고 갈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었던
지난겨울의 인내여
나에게 목숨줄 남기고 갔구나
연거푸 상실과 희망이 교차하며
내 목숨을 지켜낸 추위의 위상이
역사의 꼬랑지에 매달린 우리의 운명을 예감한다
그 겨울의 상실은
그 봄날의 희망으로 피어난다
상실의 끝이 반드시 불행만은 아님을
역사의 상실은 그 자리에 또 다른 운명을 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