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옥
-'틈만 나면' 그림책은 그림책을 애정하는 많은 어른들이 아끼는 책으로 꼽는다. 알 수 없는 위로와 알 수 없는 기쁨이 몰려온다.
우리에게 허락된 틈은 어디일까?
1. 타협되지 않은 공간
도시의 바닥은 온통 콘크리트로 뒤덮인 작은 숨통도 허락되지 않는 땅을 만들어 인간의 발걸음을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우리는 자연의 누구와도 타협되지 않은 시멘트로 바닥을 덮고 건물을 세우며 도시의 새로운 침입자가 된다. 숨을 쉴 수 있는 곳이었는데 우리는 강제로 풀과 꽃들의 안식처를 빼앗고 숨통을 끊어놓았다. 누가 나의 세상을 나의 공간에 침투했을 때 우리는 때론 반격을 때론 무기력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너무나도 공격적인 침입은 때론 감당하기 힘들다. 세상은 작은 나와 타협하지 않고 흘러간다. 우리는 세상의 이치라 여겨지는 순리에 운명을 맡기는 습관으로 여태껏 버텨내며 살아왔다. 누가 우리를 타협되지 않은 공간으로 내몰아가는가?
2. 소리 없는 생명들의 전쟁
함부로 버려진 땅 속에서 틈을 찾아 한 줄기 빛을 찾아 꽃과 풀들의 전쟁은 소리 없이 진행된다.
소리 없는 생명의 진행은 세상의 무관심과 홀대 속에 나 홀로 세상의 빛을 찾아 하염없이 시도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때론 시멘트로 뒤덮인 도시가 답답하다. 온통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차단당한 채 살아가는 무수한 삶의 기회들이 갇힌 곳이다. 때론 누군가에겐 기회의 땅이고 낭만적인 곳이다. 누군가는 꿈을 찾아 도시로 떠나고 누군가는 해방을 찾아 시골로 떠난다. 제 생명의 뿌리를 내리는 일에 우리 역시 관심 많기는 한 가지다.
꽃과 풀들이 생명을 포기하는 대가로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얻었다. 침입자라고 여기기에는 우리는 너무도 당연한 일상을 누린다. 누군가에게는 전쟁이 누군가에는 평화라는 이름이 붙는다. 가끔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헷갈리고 소리 없는 아우성에 우리는 무관심하다. 어쩌다 콘크리트의 깨진 틈과 작은 숨구멍을 뚫고 자라나는 꽃과 풀들에 우리는 소란스러운 박수를 쳐줄 수 없지만 이유 없이 우리를 덮친 우리들의 상처가 매만져지듯 아련하고 애잔하다. 누군가의 무자비한 침입에도 무례한 방해에도 내 삶의 의지를 먼저 꺾어보지 못한 꽃들에 풀들에 우리는 소리 없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패잔병을 대하듯 그렇게 소리 없이 울어진다. 이미 끝이 난 전쟁인 줄 모두에게 잊힌 줄 알았던 전쟁은 콘크리트 바닥 아래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3.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콘크리트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모든 것이 덮여버린 도시는 우리의 감정까지 덮어버렸다. 싹이 나지 않도록 철저히 계획된 도시의 모습과도 닮았다. 잠시의 편리함은 불편하게 우리들의 공존을 방해한다.
세상에 살아갈 기회는 단 한 번으로 공정하기에 불평 없이 살아온 우리에게 콘크리트를 뚫고 올라온 꽃과 풀들은 경종을 보낸다. 빼앗긴 삶의 기회를 스스로 찾기 위해 걸린 인고의 시간은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세상 속에서 이미 기회를 뺏긴 자들과 기회가 뺏길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인 자들과 어쩌면 기회가 있는지도 모르는 자들과 기회가 왔을 때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우리는 공존이라는 명제를 두고 가끔은 세상의 순리를 의심하며 다시금 공존을 논의해보아야 할 것이다.
4. 인생의 목적은 인생의 목표를 만든다
부드러운 잎은 거친 콘크리트를 틈을 밀어내었다. 세상의 온전한 기회는 늘 불편하고 늘 도전적이다. 연어는 먼 인생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거친 물살을 헤치고 마지막 인생의 목적을 위해 목숨을 던진다. 인생의 목적은 목표를 만들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생각을 다시 재조립한다. 포기한다와 도전한다의 마음은 다음 목표를 만드는 중요한 생각이다. 기회는 가끔 세상이 주는 것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기회는 많고 기회를 찾는 것은 내 몫이다. 여전히 콘크리트에 갇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틈을 찾아 한 줌의 흙과 한 줌의 빛을 찾아 나서길 바라본다. 처음의 생각과 나중에 생각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소한 생각의 틈으로 새로운 생각의 싹을 틔운다. 사소한 생각은 사소한 인생의 틈을 찾아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만들어 낸다.
빈틈없는 인생이 없다. 우리는 여전히 마음에 빈틈만 없을 뿐이다. 다만 흔들리지 않는 인생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콘크리트에 눌린 채 살아가지만 꽃과 풀들은 인생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인생의 목적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고 포기하지 않는 목표를 만들어 내며 오늘 하루도 다시 살아갈 힘을 만들어낸다.
5. 우리에게 허락된 틈은 어디일까?
우리는 언제나 사랑이라는 틈을 만들어내며 살아간다. 사랑은 어느 한쪽의 감정을 무자비하게 훼방하지 않는 협상을 한다. 사랑의 기본은 존중이며 지속이며 배려이다. 일방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세상에 매몰된 상처들은 사랑의 틈을 찾아 여전히 헤맨다. 어디에서 자신의 마음을 내놓아야 할지 두리번거리며 낙심하며 사는 동안 내 마음을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이들이 많다. 세상은 콘크리트로 모두 덮지 못할 사랑의 틈을 여전히 허용하며 우리의 세상이 여전히 사랑의 싹과 사랑의 꽃들을 피우고 있음을 간혹 발견한다. 각자의 틈을 다른 이에게 보이며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팍팍한 세상 살이 속에서 피어난 꽃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6. 나는 틈만 나면?
나에게 브런치는 세상이 허락한 틈이다. 틈만 나면 책을 보고 글을 쓴다. 세상이 나에게 기대하는 의무적인 역할에서 벗어난 나만의 틈을 찾아 이리저리 마음의 싹을 틔운다. 이 틈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 틈이 있는 줄도 몰랐다. 틈을 발견한 개망초의 마음과 같을까? 나는 틈만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틈이 되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WgDBinvINb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