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도파민과 일상의 기만
수련회
정의: 도파민과 페로몬, 그리고 절박한 눈물이 뒤섞인 합법적 종교 클럽.
특징: 빠른 찬양 때 스탠딩 콘서트처럼 뛰어오르고, 느린 곡에는 손들고 오열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사이 마음에 드는 이성의 옆자리를 스캔하는 고도의 멀티태스킹이 요구된다. 설교 시간은 후반부 메인 이벤트인 뜨거운 기도회를 위한 체력 비축 시간이자, 신실한 청년이라는 매력 어필을 위해 노트 필기를 흉내 내는 타이밍이다.
실전용례: "이번 수련회 때 맨 앞자리에서 펑펑 울면서 기도했더니 속이 좀 후련해. 아, 그리고 찬양팀 리더 오빠가 나한테 휴지 주더라? 내일 은혜 나눌 겸 같이 밥 먹기로 했어."
어느 교사의 주석: 수련회의 본질이 데이팅 탐색장으로 변질되었다고 냉소하기엔, 그 밤 강당 바닥에 엎드려 흘렸던 우리의 눈물은 너무 진실했다. 취업과 미래의 무게에 짓눌려 숨 막히던 청년들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허락받은 안전한 오열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롭고 절박해서 그곳에 갔다.
비전 트립
정의: 타인의 빈곤을 배경 삼아 나의 일상에 대한 안도감을 충전하고 돌아오는 거룩한 패키지여행.
특징: 지인들에게 ‘기도의 동역’이라는 명목으로 비행기표 값을 구걸한 뒤, 현지인의 가난을 구경하며 내 일상의 감사함을 깨닫는 기이한 구조를 가진다. 인스타그램 업로드용 '빈민촌 아이의 해맑은 미소' 사진 확보가 선교 현장의 그 어떤 과업보다 중요하다.
실전용례: "저 이번 여름에 인도 비전트립 가요! 재정 150만 원 채워지도록 기도로 동역(후원) 부탁드려요. 아, 사역 다 끝나고 마지막 날 타지마할 들르는 일정도 있는데 너무 기대돼요!"
어느 교사의 주석: 타인의 가난을 안도감으로 소비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교회를 떠나 어른이 된 후였다. 하지만 그 시절, 낯선 땅의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세상을 구원하겠다던 우리의 치기 어린 땀방울만큼은 진짜였다. 우리는 그저 누군가를 돕는 선의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어른들에게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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