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윈브룩스 화이트, 샬롯의 거미줄
샬롯의 거미줄은 대학원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교수님은 샬롯의 거미줄이 아동문학의 정수라고 하셨고, 이 책을 시작으로 어린이책들을 돌아가며 읽기 시작했었다. 과거형이 되어 있는 것이 아쉽지만, 그 시절의 탐독이 내 안에 여전히 흐르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인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 어린이책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 이 책이 바로 떠올랐고 먼저 고르게 되었다.
무해하고 청정하고 따뜻한 이런 이야기는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스토리 내내 악한 이가 없어서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고, 평온했다. 어릴 때 나는 벽에 있는 무늬나 하늘에 뜬 구름 모양 등으로 이야기를 상상하며 놀곤 했었다. 샬롯의 거미줄 이야기는 농장에서 돼지와 다른 동물들을 지켜보던 펀의 머릿속에서 나온 상상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처음에 윌버는 시골 농장에서 태어난 무녀리에 불과했다. 펀의 덕에 목숨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연약하고 대단하지 않은 존재. 처음부터 윌버가 눈에 띄는 훌륭한 돼지였다면 이렇게 대단한 이야기로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윌버가 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또 샬롯의 도움으로 대단하고 근사하고 대단한 돼지가 되는 과정은 읽는 나까지 행복해지게 해 준다.
처음에는 펀과 윌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일 줄 알았지만, 샬롯과의 진정한 우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간간이 나오는 농장 동물들도 재미있다. 나쁜 것 같지만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 결정적인 순간들에 도움을 주는 템플턴, 품평회에 갈 때 응원해주던 농장의 친구들. 펀과 에이브리까지. 교실에 있는 각양각색의 아이들 같았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윌버를 끊임없이 격려하고 함께하며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샬롯의 모습이 대단했다. 연약한 윌버 옆에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현명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정말 대단하고 근사한 돼지가 되어 나가도록 보살펴준다. 나는 친구의 일에 이렇게 나의 온 에너지를 쏟아 지켜준 적이 있었던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윌버를 지킬 방법을 찾아낸 샬롯의 현명함에도 감탄했다. 샬롯과 친구가 되어 그 평판에 맞게 살기 위해 노력한 윌버, 윌버를 도와주면서 자신의 삶을 승격시킨다고 한 샬롯. 너무도 아름다운 관계이다. 격려와 지지, 신뢰와 사랑.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을 바꾸는 힘은 이러한 단순하고 중요한 것들임을 다시 깨닫는다. 나도 샬롯 같은 친구가 되어 주고 싶고, 샬롯처럼 현명한 멋진 어른이고 싶다.
나는 이런 친구가 주변에 있는가를 생각해보다가 나의 편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돼지와 현명하고 의리 있는 거미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 옆에 멋진 친구가 있다고 해도 징그러운 거미의 첫 모습에 가까이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도 내 곁에는 샬롯만큼 꽤나 괜찮은 친구들이 많기에 감사했다. 나는 깊은 관계가 되기까지 무척이나 오래 걸리는 사람 같다. 누군가에게 도움받기를 어려워하고,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한다. 윌버는 샬롯을 회상하며 진실한 친구와 훌륭한 작가 두 가지를 모두 잘 해냈다고 회상한다. 비록 지금은 하루하루의 삶에 버둥대는 나이지만, 마지막에는 샬롯 같은 모습으로 회상될 수 있기를.
이번에 읽을 때는 전에 읽을 때 느끼지 못한 묘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헛간의 묘사를 통해 보여주는 평화로운 분위기는 너무도 생생하게 그 순간들을 담아둔다. 농장의 계절에 대한 묘사, 특히 초여름에 대한 묘사는 읽고 읽어도 감탄이 나왔다. 나는 문학, 구체적으로는 문장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것 같다. 이런 문장들을 옮겨 적거나 되새겨 읽으면 반짝이는 보석을 선물 받는 느낌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보낼 학교에서의 시간들이 윌버가 농장에서 보낸 시간 같기를 바란다. 왜냐는 질문에 친구니까라고 할 수 있는 그 순수함이 아이들의 관계 속에 살아있기를 너무도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