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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서진 Oct 16. 2018

색다른 언어의 온도, 중립성

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의 빗장을 해제시키는 '조금 다른' 태도

말의 힘은 강력하다. 굳이 움직여 행하는 것이 아니어도 영향력이 크고 멀리까지 미쳐질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자기언어에 침잠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갈수록 깊어진다. 깨어있지 않고, 자각없이 말에 대하여 조절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말에는 생각의 모양, 삶의 태도와 의지, 곧 시연될 행동 등이 담겨있다. 그래서 말로 상대를 읽을 수 있다. 어떤 역할로, 어떤 이유로 상대와 소통을 해야하는가에 따라 말의 모양을 달리하여 기대하는 바에 이르러보자. 어쩌면 조금 변혁적일 수 있고, 지나쳐가고 싶은 이야기일지도 모르며, 나 자신에게도 불편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치우침의 이익 


     장애인         애완동물         아파트에 사는 사람         초딩필
                짱깨         아줌마 군단       왜 남의 자리에 주차하고 난리세요?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발전이 안돼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저렇게 말하는데는. 한번쯤 써봄직했을 단어가 포함되지 않았는지.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모두가 그 뉘앙스를 공유하고 있지만 반대를 하지 않고, 상호 철회를 요청하지도 않는 표현이 있기도 하고, 언젠가 그 상황에서 나도 그것을 꺼내게 된다. 왜일까.


구분과 구별
의지의 표출
나의 우월을 전제하는 상대의 폄하
혐오와 분노
권리의 주장


이유는 다양하다. 그런데 거기서, 너에게도 나에게도 모두 좋은 '나아감', '개선'이 있었던가. 최소한의 권리찾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상적이거나 좀 더 훌륭한 모습의 것은 단숨에 그리고 단번에 주어지지 않더라도 꾸준히 바꿔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적어도 거대사회의 변화는 그렇게 이루어 나가야하지 않을까. 바꿔가고 싶은 모양을 기대하는게 있다면 지금 우리는 그것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말은 생각을 담은 그릇이다. 



이름을 바꾸는 이유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다. '작명소'를 해볼까. 내가 가진 기술이 그것을 잘 해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브랜딩을 위해서 회사들은 좋은 회사명을 갖고 싶어하고, 공공에서는 시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명이나 사업명으로 정책을 홍보하고 싶어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만들어 놓은 업체들은  그것을 멋지게 홍보할 수 있는 아이템명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리고 멋진 캐치프레이즈를 원하는 고객들은 도처에 기다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것이 우리의 눈길을 끌고 발길을 멈추게 하는가.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뒤돌아 보고싶게 하거나, 어떤 장막없이 사람들의 생각속으로 스르륵 들어갈 수 있게 만드는가. 


숨은 내용의 핵심은 '매력'일 것이지만, 어떤 성질이 그 매력을 높이는가 하는 부분이다.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는 인식에서나 행동 선택에서나 자유를 침해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심지어 매력에 끌리더라도 노골적으로 내가 당했다라고 느끼고 싶어하지 않는다. 많은 선전 문구들은 그래서 소비자를, 고객을 칭찬한다. 

"바보야. 몰랐어? 이렇게 좋은게 있는 줄?"의 메시지 보다 

"현명한 사람들은 이미 이런 것을 쓰고 있다. 당신은 현명하다. 그러니 이것을 써야한다. 쓸거다". 

은근하고, 우회적으로 소비자를 존중하는듯한 메시지로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다. 



언어의 온도, 효과성

키워드의 긍정, 부정 반응을 조사해주는 온라인 싸이트 

단어를 입력하면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그 단어에 대해 평한 결과를 모아 긍정, 부정 반응으로 결과를 보여주는 재미난 온라인 싸이트가 있다. 유사한 카테고리에 있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을 넣어보면 반응의 온도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래는 '학습, 러닝, 교육'을 임의로 검색해 본 결과다. 


'학습'으로 검색한 결과, 긍정 : 부정 = 60 : 40 
'러닝'으로 검색한 결과, 긍정 : 부정 = 100 : 0



'교육'으로 검색한 결과, 긍정 : 부정 = 27 : 73


이미 온라인에서 펼쳐진 사람들의 반응을 수집한 결과를 보여주는 자료이다. 교육분야에서 '러닝, 학습, 교육'이라는 단어는 수없이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그럼에도 결과는 교육보다 학습이, 학습보다는 러닝이 더 긍정적으로 나왔다. 


어떤 말에 대하여든 그 내용이 부정적이어서라기 보다 개인이 이미 경험한 것이나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이미지로 인해 정서적 호불호, 긍정부정 반응을 할 수 있다. 반응은 어떤 시도와 행동으로 인해 빚어지는 결과 또는 효과 같은 것이다. 그 결과나 효과를 바꾸려면 시작이 되는 시도와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나 단어의 선택을 달리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에 언급된 '교육'의 경우, 제공하는 사람과 제공받는 사람 측면으로 나누어 보자면 좀 더 제공하는 사람의 입장에 있는 말처럼 느껴진다. 교육을 제공받는 사람들에게 사용할 때는 '학습'이나 '러닝'이 덜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틀린 말, 정답의 말이 아니라 더 효과적인 말을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결국 또 상대를 고려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이 얼마나 오묘한 연결인가.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다. 고려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결국은 수많은 타자들에 대한 고려와 그 연습이 지금 내가 만나는 그와 그들과의 협력에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선택 : 나아가기 위한 머무름


타인을 고려하는 말을 이야기할 때 공감에 대한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탁월한 공감능력을 가지지 못한 이들도 단순한 시도를 통해 공감의 효과를 발휘해 볼 수 있다. 그 비법은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상대방의 것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좀 더 빨리 나아가기 위해 내가 판단한 것을 신속하게 뱉어내고 잘했다 확인받으려는 어린아이의 행동과 같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잠시 머물러도 좋은 것 처럼 잠잠히 상대의 말과 의견을 그대로 '그러시군요'로 인정해주기만해도 괜찮다. 적어도 상대는 그 다음을 이야기해도 좋을만큼의 안심을 했을 테니까 말이다. 


나의 이야기를 할 때는 나의 것으로 나아가고, 너의 이야기를 할 땐 너의 것으로 머물러주고, 진행자일 때는 진행자의 객관성으로 나아가고 머물러 주어야한다.  상대에 대한 지지와 인정이 매우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일로 보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상대가 제공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수긍하는 일에 불과하다. 상대와 나의 관계에서 오가는 정보에 대하여 내가 중립을 지킨다는 말이다. 여기서 중립은 심판을 내려놓는 태도이다. 그의 말에 나의 심판 내용을 또각또각 붙여갈 수 있는 일을 내려놓는다는 말이다. 또한 그의 콘텐츠에 내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하다. 의견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보다 주체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고, 그 기회를 제대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기대와 목적을 가지고 소통하고 의견을 피력하고 말을 사용하고 있다. 기대하는 목적과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점검해보자. 나의 말에 대한 선택이 얼마나 그럼직했는지를. 나와 만나는 다양한 연결고리 지점에 있는 수많은 그들에 대하여 떠올려보자. 특히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수많은 언어의 폭력에 대하여도 돌이켜보자. 관계가 가깝다하여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쉽게 인격모독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어디까지가 애정이고 어디까지가 간섭일까.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지만 형제와 자매간에도 생각해봄직한 관습이 곳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파괴할 권리가 나에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수많은 너에게 나를 파괴할 권리를 주어서도 안되겠지만, 내가 너를 파괴한다는 것은 더더구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를 점검해 본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에게 부지불식간에 행하는 우리의 언어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편지를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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