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육볶음

by 괜찮은사람

마트가 닫을 무렵인 9시였다.


어영부영 미루다가 이제야 장을 보러 나선 참이었다. 묘하게 한산함과 곧 폐점을 앞둔 나른한 분위기였다. 예전에는 딱 어떤 것이 먹고 싶다는 갈망이 강했다. 그래서 장보기도 그 재료를 채우는 과정이었다면 요즘은 '단백질 사냥'에 가깝다. 탄수화물이야 굳이 채우지 않아도 널렸지만 단백질은 일부러 챙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존재하지 않는다. 핑크빛 조명 아래서 천천히 오늘의 단백질을 스캔한다. 시작은 한우, 가격표를 스캔하고 빠르게 지나간다. '돼지고기가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격표가 와장창 깨버린다. 그다음으로는 닭, 오리 같은 가금류, 알류 끝이다. 커다란 벌크로 된 냉동 닭가슴살을 몇 개월간 먹은 후라 당기지 않는다. 여기저기 배회하던 눈길이 가장 아래에 떨이식으로 놓여있는 양념육에 꽂힌다. 그리고 뒤이어 그중에서도 할인 가격표를 두 번쯤은 갈아 끼운 할인 상품을 집어든다. 거기에 쌈 채소를 하나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제육볶음을 반쯤 볶는다. 집에 있던 새송이버섯도 썰어 넣으면 그럴듯한 메인 반찬이 완성된다. 쌈장과 쌈을 곁들이면 굳이 곁들임 반찬이 필요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진열기간이 오래되어서 약간 건조하다는 점이었다. 안 그래도 양념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물을 넣고 살짝 자박하게 볶는다. 그렇게 두 번을 쌈과 함께 두 끼의 반찬이 되어준 고마운 제육볶음. 그렇게 먹고도 자잘하게 소보로처럼 남은 것들은 밥 위에 얹어 돌나물과 구운 버섯을 올려 덮밥으로 먹는다. 그렇게 제육볶음에 조금 지겨워질 만할 때 녀석은 장렬히 전사한다.


맛있는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평범한 한 끼를 채워주는 반찬은 수수하다. 그렇게 때로는 쌈으로 덮밥으로 밥상을 채워주는 제육볶음에 고마운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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