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섬유무역을 하신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 부터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자주 나가셨다. 나는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말을 잘하지 못할 정도로 어릴 때 사람들이 내게 "아빠 어디 가셨니?" 하고 물어보면 내가 "콩콩!"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홍콩을 발음하지 못해 콩콩이라고 했던 것 같다.
해외출장을 다녀오시면 아버지는 항상 선물을 사오셨다. 벨기에산 쵸콜렛, 멘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 호주 코알라 인형, 스위스 시계, 이태리 티셔츠, 미국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비디오, 독일 비타민 발포제 등 신기한 것들을 가지고 왔다.
그렇기 때문에 내겐 산타클로스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었다. 아버지라는 이름의 산타클로스는 매주, 매달 내게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아버지는 선물 한보따리를 풀고나서 주머니를 뒤적뒤적 하시더니 동전을 꺼내셔서 우리 손에 쥐어주셨다. 나와 내 동생은 그 동전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구경했다. 아버지는 동전을 하나하나 골라서 설명해주셨다. 이 동전이 어느나라 동전인지, 동전에 그려진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동전에 그려진 건물과 그 건물에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인지, 각자 다른 동전에 그려진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설명해주셨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화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어떤 것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대단한 교육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동전을 보여주시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와 사회에 대해서 설명주시고 나서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은 넓고 너희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너희는 그 넓은 세상을 누벼라"
어릴적 내게 있어서 빨간 저금통은 넓은 세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통로였다. 어릴적부터 들어와서일까. 저 저금통의 모델이 된 영국에도 갔다오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이곳저곳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다녀오게 되었다.
부모님의 돈으로 가는 여행이 아니라 내 힘으로 번 돈으로 가는 여행이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 이번주에 비행기 티켓팅을 하면서 약 70일간의 지구 한바퀴 여정의 꿈의 첫 단추를 끼웠다. 벌써부터 가슴이 떨린다. 빨간 저금통의 힘, 그 넓은 세상을 누비게 하는 힘이 가슴 속에서 샘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