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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10. 2016

Frozen washington airport

너무 추워서 자다가 깼다.

너무 추워서 자다가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두시, 유섭이는 추워서 그런지 내 쪽으로 달라붙었다. 공항 에어콘이 너무 강하다. 냉장고에 있는 기분이다. 거기에 자판기 뒤에 있는데 자판기 뒷편에서 바람이 냉풍으로 나온다. 옷을 3겹을 껴입었는데 너무 춥다.

목도 뻐근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한게 감기기운이 돈다. 여행 막바지에 와서 아픈 것인가. 근데 좀 귀찮아서 그냥 자버렸다. 다시 한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까 유섭이가 없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일어나서 두통약을 한 알 먹고 따뜻한 곳을 찾아 나섰다. 공항 여기저기를 다 뒤져보았지만 따뜻한 곳은 없었다. 심지어 공항 밖도 추웠다.  

나는 던킨도너츠에 가서 따뜻한 홍차를 시켜먹었다. 홍차 값 2달러 따위 감기걸려서 고생할것에 비하면 싼 가격이었다. 홍차를 사서 던킨도너츠 앞 의자에 앉았는데 유섭이가 옆에서 자고 있었다. 홍차를 마시다가 너무 졸려서 홍차를 들고 졸았다. 꾸벅꾸벅 졸다가 홍차가 신발에 시냇물처럼 졸졸졸 떨어졌다. 발이 따뜻했다. 잠에서 깬 나는 시계를 보았다. 이제 우리가 비행기를 탈 시간이었다.

나는 유섭이를 깨웠다. 유섭이는 3번을 깨웠는데 피곤했는지 일어나지를 않았다. 심지어 그의 핸드폰 알람소리가 계속해서 크게 울렸는데도 말이다. 일어난 유섭이는 팔이 의자에 눌렸는지 팔이 저리다고 내게 울상을 지었다. 약 5분정도 앉아있다가 주찬이 생각이 났다. 아 맞다. 주찬이가 있었지.

나는 주찬이를 데리러 우리가 원래 있던 곳에 갔다. 주찬이는 어벙벙한 표정으로 일어나 경찰들사이에 둘러쌓여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내가 물어보자 우리가 두고 간 짐 때문에 왔다고 했다. 잠깐 홍차 마시러 다녀왔다고 하니까 오케이 하고 경찰들은 떠났다.

노숙한 자리를 정리하고 체크인을 하는데 짐이 문제가 됐다. 우리는 다른 쪽으로 빠져서 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선 곳이 줄인 줄 알고 사람들이 우리 뒤로 쭉 줄을 서기 시작했고 원래 줄만큼 긴 줄이 생겼다. 나는 여기가 줄이 아니고 저기가 줄이라고 말했고 사람들은 원래 줄로 찾아갔다. 짐 문제가 해결이 되고 우리는 보안검색대를 지났다.

새벽부터 다사다난했다. 이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피곤하다. 얼른 시카고에 가서 쉬고 싶다.

비행기 타는 시간이 20분이 지났는데 출발을 안한다. 원인이 뭔지 설명을 안해주고 미안하다고만하는데 나중에 기장이 뛰어오니까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승무원이 마이크에 대고 말한다.

"드디어 기장이 왔습니다!" 기장은 파이널라인을 지나는 마라톤 선수처럼 비행기로 들어갔고 사람들은 휘파람과 환호를 보내며 박수를 쳤다. 이건 또 무슨 경운가 ㅋㅋㅋㅋㅋ 기장이 늦잠을 자거나 똥을 싸다가 늦은건가. 참 재밌는 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지 않다. 모두가 웃고 즐긴다.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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