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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15. 2016

라스베이거스의 어두운 면

방황하는 '잃은 사람'들

그랜드캐년에 갔다가 렌터카를 반납하고 친구들과 함께 택시를 탔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매우 불친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팁을 줘야 하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다. 미국의 이해할 수 없는 팁 문화. 어디서부터 생겨난 개념일까? 미국 여행한지 꽤 됐는데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다. 기본 팁이라는 개념 자체가 납득불가. 불친절한 택시기사 왕아저씨 같은 경우도 팁을 줘야 하는가?

라스베이거스 길거리에는 엉덩이를 까고 팸플릿을 나눠주는 사람이 있다. 로마에 있는 트레비 분수,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동상, 파리의 에펠탑, 루브르의 디오니소스의 동상,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 전 세계의 랜드마크들이 아기자기하게 호텔별로 모여있다. 처음에는 정신없었던 이곳이 이젠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라스베이거스 안에 있는 구걸하는 사람들은 3분의 한번 꼴로 돈을 받는다.

 처음엔 동정심이 생기다가 나중엔 어이가 없다. 나보다 훨씬 부자다. 어제는 한 아저씨가 어떤 이상한 아저씨가 와서 자기가 여기 20년 살면서 딜러를 했으니 자기가 포커시키는 대로 하면 돈을 딸 수 있다며 몇 가지 공식을 알려줬다. 근데 공식은 개뿔 그냥 맞으면 자기가 맞는 거고 틀리면 운이 없는 거라고 한다. 그러다가 어디로 우리를 데려가려고 한다. 분명 큰판에 우리를 데려다 놓고 우리가 돈을 따면 팁을 요구하거나 우리가 잃으면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도망칠 사람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어두운 면이 보인다.  

게임기에 캐시를 넣으면 바우처로 나오는데 바우처는 바로 현금 교환기에서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주로 포커, 블랙잭, 슬롯머신을 한다. 필리핀에서 사람들이 많이 하는 바카라는 찾기 힘들다. 어제 10달러가량을 손해 봤는데 오늘 슬롯머신을 하면서 복구했다. 시작하자마자 5번 연달아 터졌다. 슬롯머신을 하다 보면 내가 슬롯머신을 누르고 있는지 슬롯머신이 날 누르고 있는지 모르게 멍하게 된다. 땄을 때는 더 딸 것 같고 잃으면 이번엔 딸 것 같다. 도박은 무섭다. 나는 쫄보라서 조금씩밖에 안 했다.

슬롯머신으로 딴 10달러를 가지고 스타벅스로 갔다. 4달러짜리 레모네이드를 시켜놓고 카페에 앉아 글도 쓰고 사진도 올렸다. 슬롯머신보다 글 쓰는 게 훨씬 재밌다. 카페가 문을 닫으려고 했다. 카페에는 나와 내 옆에 폐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아줌마 둘 뿐이었다. 많이 잃은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서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호텔에서는 따뜻한 물이 펑펑 나와서 마음껏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할 수 있었다. 가진 빨래를 모두 맡기면 약 30달러의 비용이 들었는데 손빨래를 해서 30달러를 아꼈다. 넓은 호텔방에 혼자 자려고 하니까 갑자기 외로웠다. 친구들이 없어서라기보단 여자친구가 없어서인가보다. 힝 쓸쓸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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