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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15. 2016

LA로 가는 길

라스베이거스를 떠났다.

아침에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다. 21세 이하는 입장이 불가하다고 해서 얼마나 핫하길래 나이 제한을 두나 싶었는데 그냥 술을 팔아서 입장이 안 되는 것이었다. 김샜다.

수영장에서 나와서 라스베이거스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먹기 위해 코즈모폴리턴 호텔로 향했다. 호텔 점심은 꽤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러 갔다. 라스베이거스 건물 안은 시원했지만 밖은 굉장히 더웠다. 두바이 혹은 아부다비보다는 시원하지만 그 두 도시를 연상케 하는 더위였다.  

버스를 타고 수시간을 간 후에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다. 근데 분위기가 수상하다. 역 주변에 삐끼들이 몰린다. 역이니까 당연하겠지 싶어서 우리는 우버를 불러서 숙소로 향했다. 

근데 가는 길에 거리에 부랑자들이 넘쳐났다. 그동안 보아왔던 미국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이었다. 걸어 다니면 조금 위험할 것 같은 동네였다.

우버에서 숙소를 내려서 신호등 앞에서 기다렸다. 숙소 주인이 숙소 위치를 미리 공개할 수 없으니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위치를 공개하면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민박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런 곳은 처음 봤다. 내가 보기엔 무슨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숙소에 들어서자 넓은 공간이 보였다. 스튜디오로 활용하던 공간에 텐트 10개 남짓을 쳐놓고 숙박사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주인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짐을 풀었다. 전날 바로 예약해서 짐 자리를 내준 것에 대해서 생색을 냈다. 요즘이 어떤 시댄데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렇게 생색을 내나. 밤에 와서 예약한 것도 아니고 날 밝을 때 연락해서 예약한 건데 말이다.

2달러를 주고 라면을 끓여먹는데 대구에서 온 우리와 동갑내기의 친구들이 앉아있었다. 한 친구는 여기에 사는 친구고 다른 친구는 여기에 놀러 온 친구였다. 유럽여행을 같이 갔던 동기들이 대구 사람이라 반가웠다. 대구에 갔을 때 갔던 클럽이 한물간 클럽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 아쉬웠다. 라면을 먹고 얘기하고 있는데 동네 양아치 같이 생긴 아저씨가 자 샤워 안 할 거면 샤워할 거면 빨리 하라고 재촉했다. 말투에서부터 행동까지 껄렁껄렁 거리니는 아저씨가 여기 매니저라니. 일부러 저러는 건가. 여태껏 봤던 숙소 매니저들과는 좀 다르다.

늦은 밤이라 세수만 간단히 하고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주찬이 옆에 있던 친구가 내게 소곤소곤 얘기를 하면서 묻는다. "근데 왜 우리 이렇게 소곤소곤 얘기해야 돼?" 나도 잘 모르겠다. 괜히 눈치 봐야 하고 뭔가 쓸데없이 룰들이 많은 숙소이다. 청소해야 하니까 아침 11시 전에는 숙소에서 나가란다. 오후 네시 전에 들어오면 안 된단다. 좀 이상한 곳이다. 체크아웃 시간이 정해진 건 알겠는데 그럼 어디 머물 곳이라도 알려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실제로 숙소 위치를 알고 와서 행패를 부린 사람이 있었고, 그 때문에 위치 공개를 안 하는 것이었다. 주인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었다. 다만 매니저가 나와 성격이 잘 안 맞았다. 친구들은 맥주 한 캔씩 하며 매니저와 밤에 얘기를 나눴지만 나는 그냥 텐트에 돌아와서 그동안의 글들을 정리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야 그 사람 약간 까칠한데 좋은 사람이었어." 나는 대답했다. "알았어" 싼 가격에 하루쯤 묵을만하지만 여러 개의 선택지가 있을 때 왠지 꺼려지는 숙소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니 캠핑하는 분위기도 나는 것 같고 근데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불편하고 이상한 숙소이다. 내일은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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