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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May 16. 2016

영화를 여행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여행기

디즈니랜드를 갈까.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갈까 고민하다가 엘에이 사는 사람들이 다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추천하길래 그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25달러짜리 7일권 교통권을 구매한 뒤에 지하철을 타고 유니버셜로 향했다. 지하철에서 내린 뒤에는 셔틀 열차가 있었다. 서울랜드에 있는 코끼리열차와 비슷했다. 가격은 무료다.

열차에서 내려서 조금 걷다 보니 영화 시작할 때 나오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지구본이 보였다.

 배경음과 함께 나타난 지구본의 포스에 나는 벌써부터 가슴이 뛰었다. 인터넷으로 예매한 80달러짜리 티켓을 갖고 유니버설 안으로 입장했다. 우리는 배가 고팠기에 먼저 식사를 했다.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다른 사람 햄버거를 보니 양이 너무 적었다. 가격도 비싸고 관광지라 그런지 양도 적구나 싶어서 시켰는데 알고 보니 햄버거를 들고 있는 사람의 덩치가 큰 거였다. 먹고 나니 배불러서 움직임이 둔 해질 정도로 양이 많았다.

햄버거 가게 옆에는 해리포터 매장이 있었다. 나는 해리포터를 너무 좋아한다. 그곳은 내게 천국이었다. 종류별로 지팡이가 있고 님부스 2000, 파이어 볼트 등의 빗자루도 있었다. 망토가 있어서 입고 사진도 찍었다. 행복했다. 이대로 그냥 호그와트로 가버리고 싶었다.  

해리포터 가게를 나와서 화장실을 갔다가 슈렉 테마파크에 갔다. 슈렉의 배경음악인 halleluah를 듣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중학생 시절 중2병 중증환자였던 내가 힘들 때마다 들었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욕조에 앉아 그 노래를 들으며 감성의 파도에 젖었던 기억이 났다.


슈렉을 갔다가 분노의 질주 주인공 밀랍인형과 사진을 찍고 걸어가는데 눈 앞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스프링필드가 나타난 것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의 추천으로 나와있는 심슨 시리즈를 모두 정독한 적이 있다. 대학생이 돼서도 계속해서 심슨을 좋아해서 언젠가 교회 소그룹 모임 때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를 말하라고 했을 때 심슨이라고 말했다가 비웃음을 산적도 있었다. 그런 내 눈앞에 스프링필드가 펼쳐져있다니 이건 정말 흥분되는 일이었다. 모가 운영하는 바에서 친구는 더프 맥주를 마셨다. 정말 정말 마시고 싶었는데 자제했다. 심슨 테마파크는 가히 충격이었다. 그 안에서 타는 놀이기구도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심슨을 보고 쥐라기 공원과 트랜스포머를 보았다. 둘 다 상상할 수 없이 재밌었다. 범블비와 옵티머스 프라임이 살아 움직이는 것은 동영상으로 봤다면 합성인 줄 알았을 것이다. 사실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다. 유니버셜에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영화 속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 아직 해리포터 테마파크가 준비 중에 있는데 완성이 되면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그때는 마이애미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같이 가고 싶다. 돌아오는 길에 해리포터 매장에 들려서 덤블도어 교수님의 딱총나무 지팡이를 하나 샀다. 밥을 두 끼 굶더라도 저 지팡이는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보면 볼수록 대만족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갔다가 우리는 할리우드로 이동했다. 할리우드에는 길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뉴욕에서 하던 허접한 양아치 코스프레가 아니라 정말 퀄리티 있는 코스프레도 있었다. 아이언맨 코스프레는 정말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고 배트맨의 조커는 내게 다가와 "why so serious?"라고 말할 것 같았다. 길거리 공연도 웬만한 수준의 공연이 아니었다. 정말 프로였다. 나는 보통 길거리 공연을 볼 때 멀찌감치 떨어져서 본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분위기상 팁을 줘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공연은 조금 달랐다. 어느새 공연이 끝난 후 팁을 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여행 다니면서 본 길거리 공연 중에 정말 만족도가 높은 공연이었다. 예술이었다.

할리우드 골목을 지나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러 돌아다니는데 저기 파파이스가 보였다. 12조각을 시켰는데 내 생각에 좀 잘못 나온 것 같다. 너무 많다. 아마 우리와 조각의 개념이 다른가보다. 교촌치킨에서 시키면 나오는 그런 병아리 같은 한 조각이 아니라 어디 칠면조 같은걸 한 마리 잡았나 보다. 굉장히 많았다. 유섭이가 가 음료수를 시키려고 카운터에 갔는데 옆에 얼큰하게 취한 아저씨가 오늘 기분이 좋다고 용돈을 줬다. 덕분에 공짜 음료도 먹고 유섭이는 재밌는 아저씨에게 용돈도 받았다. 치킨을 3명이서 먹었는데 남아서 숙소에 싸들고 들어갔다. 친구들은 숙소에 있는 사람들과 밤늦게까지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나는 별로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고 쓰던 글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에 텐트로 돌아와서 글을 정리하다가 잠이 들었다. 내일은 또 숙소를 옮겨야 한다. 글을 정리할 때 숙소도 찾았는데 마땅한 숙소가 없다. 숙소라던가 교통을 친구들이 주로 예약하는데 계속 친구들이 예약하니까 조금 미안해졌다. 여행하면서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짐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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