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바퀴가 터져버렸다.
바라나시에서 고라뿌르로 가는 기차에서 내렸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꿀잠을 자고 일어나 역 밖으로 나왔다. 회색 셔츠를 입고 있는 착한 청년 한 명이 눈에 보였다. 우리는 버스정류장에 위치를 물어보았고 청년은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주변 잡상인들의 호객행위를 물리치고 버스 한 대를 찾았다.
현지인들이 타는 버스라 그런지 가격이 싸고 낡았다. 버스 안에선 찜통더위가 버스 밖은 모래먼지가 나를 맞이한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몇 번 반복하다가 쏟아지는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이내 잠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잠에서 깨었다. 도착했으니 내리라고 말하는 버스기사의 손짓에 우리는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렸다. 인도에서 네팔로 너머 가는 국경은 알아보기 힘들다. 비자를 받는 곳이 너무 작아서 여행객 중 한 명은 네팔의 중심부까지 갔다가 비자받으러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숨어있는 비자센터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미니버스 한 대에 충분히 가려질 만한 조그마한 구멍가게 같은 곳에 인도 비자센터가 있었다. 우리는 인도에서 출국심사를 하고 네팔로 향했다. 5분 정도 걸었을까. 인도비자센터보다는 조금 큰 네팔비자센터가 보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비자를 받으러 들어갔다. 드문드문 동아시아인의 얼굴이 보였다.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나타나자 말도 통하지 않는데 괜스레 반가웠다. 네팔비자센터는 미국 달러를 받는다. 나는 100달러짜리 지폐를 냈는데 거슬러 줄 돈이 없다며 조금 더 작은 돈을 요구했다. 한나라의 비자센터에 100달러를 거슬러줄 돈이 없다니, 벌써부터 재밌는 곳이다.
비자를 받고 버스를 탔다. 가는 길에 인도 남부 도시 케랄라에서 온 인도인들을 만났다. 그중 에슐릭이라는 친구는 패션이 남다르고 멋지게 생겼다.
케랄라는 예수님의 옆구리를 찔러보았던 제자 도마가 선교를 간 곳이다. 431년 네스토리우스가 이단 판정을 받고 그 후예들이 동방으로 기독교를 전파하러 가기 전, 인도 남부의 해안가에서 예수님의 복음이 벌써부터 전해지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 케랄라를 꼭 가보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는데 케랄라에서 온 친구를 만났다. 나는 흥분된 상태로 그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케랄라에 기독교인들이 많이 있나요?" 그 친구는 내게 말했다. "있긴 있는데 흠......"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뭔가 깊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나는 더 이상 얘기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말을 스스로 꺼내기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말을 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산들이 무성하다. 물살이 거센 강을 건너 힘차게 흐르고 태고적부터 존재해왔던 그 모습으로 거대하게 서있는 산이 위에서 우리를 바라본다. 푸르른 산은 이끼를 덮은 것 같고 저 산 어디엔가는 이전까지 만나보지 못한 그 무언가가 존재할 것 같다. 흥겨운 피리소리와 네팔어로 된 노래가 버스에서 흘러나온다. 방금 탄 사람과 이전까지 있던 아저씨가 무언가 열띤 토론을 한다. 산을 가득 덮은 나무는 왠지 푸른 마그마로 녹아내려 산에 붙어있는 듯하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버스가 여기저기 계속 멈춰 섰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타고 내렸다. 나는 분명히 이 버스가 포카라로 바로 가는 직행버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기저기 들리는 로컬버스였다. 온 동네 모든 곳을 다 찾아가는 버스였다. 버스가 느릿느릿하게 가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기사는 손짓으로 우리에게 모두 내리라고 하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바퀴를 갈기 시작했다. 아뿔싸 바퀴가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