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포기

그토록 하고 싶은 것을 포기했는데 왜 기분이 좋을까

by 이서준

네팔 포카라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숙소로 가고 있는데 뭔가 허전하다. 안경을 잊어버렸다. 버스에서 정신없이 일어나서 나오느라 안경을 떨어뜨린 것이다. 어두운 밤 안경까지 없으니 왠지 더욱 캄캄하다. 버스 정차장에 가서 찾아보았는데 내일 오라고 한다. 버스가 수백 대가 서있다. 아마 찾기 힘들 것 같다. 숙소를 찾아 들어갔다. 경수가 전에 한번 왔던 숙소라 조금 더 싸게 예약할 수 있었다. 더 비싼 가격을 불렀는데도 싸게 해주었다. 네팔 사람들은 친절하고 정직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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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아무것도 제대로 못 먹은 우리에게 심플한 아침식사가 있었다. 숙소 바로 옆에 파는 이 간단한 식사는 안나푸르나를 보면서 여유를 즐기기에 충분한 식사였다. 그 기분이 마치 스위스 산맥에서 하는 아침식사와 같았지만 더욱 풍성하고 가격이 저렴한 탓인지 마음이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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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뒹구는 강아지를 보았다. 매우 행복해 보였다. 점심을 네팔 현지 음식점에서 먹었다. 가격이 매우 쌌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내리는 비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네팔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네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젯 저녁에 받은 충격이 큰 터라 마음이 무거웠다.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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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산촌 다람쥐라는 한식당을 가게 되었다. 그곳 사장님이 한국분이었는데 한국으로 갔고 잠깐 다른 사장님이 계셨다. 참 좋으신 분이었다. 그리운 김치볶음밥 하나를 시켜놓고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 고민을 털어놓았다. 네팔 사람들을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였다. 사장님은 씨익 웃으시며 내게 적합한 곳이 있다고 했다. 한국인 수녀님이 운영하시는 작은 학교 같은 곳이 있으니 그곳에 가보라는 얘기였다. 전혀 기대치 못한 곳에서 길이 열렸다. 다음 날이 굉장히 기대되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장님이 넌지시 던진 얘기가 생각났다. "근데 여기 왔으면 안나푸르나 보면서 패러글라이딩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작년 여름 스위스 체르마트에서 했던 패러글라이딩이 떠올랐다. 온몸에 흐르는 전율,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하는 그 감동이 기억났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패러글라이딩을 해!" 하지만 네팔에 온 목적을 다시 한번 기억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목적은 봉사활동이었다. 사실 그 문제 때문에 계속해서 신경 쓰이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은 내게 있어서 자그마한 테스트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포기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내일을 기다리며 숙소에서 잠들었다.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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