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면 손해 보는 세상

욥의 동굴에서 만난 아이들

by 이서준


숙소 아저씨가 횡설수설하길래 그냥 무작정 뛰쳐나왔다. 아저씨를 저대로 내버려두었다간 오늘 이 숙소에서 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무작정 나온 나는 너무 막막했다. "아 이제 어디로 가지."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것을 보고 들을 수 있게 해주세요.' 욥의 고통을 알고자 욥이 있었던 동굴에서 캠핑하려고 침낭까지 가져갔는데 관광지라서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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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의 동굴을 기념하는 모스크에 가서 라마단 기도회를 참여해보았다. 라마단 기간에 매일 하루에 5번씩 하는 기도회였다. 그곳에서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의 이름은 오마드 아저씨. 오마드 아저씨는 내게 기도회를 구경하라고 허락해주었다. 사람들이 오마드 아저씨를 따르는 것으로 보아 교회로 치면 장로 정도의 직분이 아닐까 싶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정교회에서 보았던 것처럼 어떤 한 공간에서 남자 한 명이 마이크를 잡고 기도를 시작했다. 멜로디와 리듬이 있는 기도였다.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들었지만 맑고 절박해 보였다. 사람들은 시간이 되자 카펫에 그려져 있는 선에 따라 섰다. 서있다가 구부렸다가 앉았다가 엎드렸다가 다시 서있다가 구부렸다가 앉았다가 엎드렸다가를 기도에 맞춰 반복했다. 규칙 기도회가 끝날 때는 오른쪽, 왼쪽, 뒤쪽을 바라보았다. 중간 쯔음에는 각자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자유롭게 흩어져서 기도했다.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묵주와 같은 것을 들고 기도하다가 두 손을 들고 기도했다. 시간이 되자 기도회는 끝이 나고 사람들은 집으로 향했다. 앞에서 기도회를 인도하던 목사님 같은 사람이 내게 와서 인사를 했다. "좋았어?" 나는 말했다. "촉 귀젤"(매우 좋았어) 인사를 나눈 뒤 오마드 아저씨는 나를 데리고 욥의 동굴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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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욥에 대해서 설명하기를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고 악에서 떠난 자로 묘사한다. 또한 욥은 동방에서 제일가는 부자였다. 지금의 빌 게이츠나 중동의 석유부자들 혹은 록펠러 가문의 수장 정도가 되겠다.

하나님은 이러한 욥을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탄이 모인 자리에서 자랑한다. "야 욥이 짱이야." 사탄이 이에 반응한다. "욥이 돈이 많아서 그런 거지, 돈 없으면 별거 없을 겁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 "야 그럼 네가 한번 시험해봐"

하루는 욥이 와인을 곁들인 채식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 노예가 와서 욥한테 얘기했다. "스바 지역의 사람이 칼을 들고 쳐들어와서 당신의 노예와 소와 나귀들을 모두 죽여버렸어요." 또 한 노예가 와서 얘기했다.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져서 노예들이랑 소들이 다 죽어버렸어요" 또 안 노예가 와서 얘기했다. "갈대아 지역 패거리들이 와서 노예들을 다 죽여버렸어요." 그때 어떤 노예가 와서 말했다. "당신의 자녀들이 밥을 먹고 있었는데 폭풍이 와서 집이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자녀들도 죽었어요."

순식간에 재산을 잃고 자식마저 잃어버린 욥은 "하나님 같은 거 없구나. 다 때려치우고 시골 가서 농사나 지어야지."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내가 엄마 뱃속에서 맨몸으로 태어났으니 맨몸으로 다시 죽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하나님과의 의리를 지킨다.

하나님이 사탄에게 "야 봤지? 욥이 짱이라니까"라고 말하자. 사탄이 이번에는 "몸을 아프게 하면 분명히 배신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욥의 온몸에 종기가 난다. 너무 가려운 나머지 기왓장을 가져다가 몸을 벅벅 긁는데도 가려움이 가시지 않아 고통받는다. 이때 욥의 아내가 말한다. "그냥 하나님 저주하세요. 이만하면 하나님도 너무 하신 거 아닌가요? 당신은 당신의 신앙을 너무 지키는군요." 욥은 대답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복을 주셨듯이 재앙을 주실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어리석은 여자야. 아내의 바가지가 끝나니 친구들이 와서 조롱한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뭔가 네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그렇게 벌을 받는 거 아니야.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 욥은 억울하다. 잘못한 게 없다. 욥은 그저 그렇게 당하고만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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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기라는 책은 바벨론 포로기 이후에 편집이 되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바벨론이라는 나라에게 지배를 당하면서 그들의 억울한 심정과 답답한 마음을 적어놓은 것이 욥기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침략당하여 지배당하는 그 마음이 신앙으로 나타난 것과 같다. 욥기는 억울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께 부르짖는 외침과 그들의 신앙고백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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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란에 따르면 욥은 하나님께 저주를 받아 동굴로 들어갔다고 한다. 본래 몸에 종기가 나면 사람들이 사는 성벽으로부터 4km 떨어져 있는 곳으로 쫓겨나는데 욥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이곳으로 도망 왔다고 했다. 7년 동안 시험을 받은 욥은 어느 날 천사 제브라에게 이끌려 어느 우물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씻자 몸에 있던 종기가 모두 씻겨져 나가고 18살과 같이 어려졌다고 말했다. (기독교의 구약성경과는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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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 물을 마셔보니 그냥 물이다. 중요한 것은 물에 담긴 효능이 아니라. 물에 담긴 의미이다. 욥이 있는 동굴로 들어가보니 장판이 깔려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욥의 마음이 무슨 마음이었을까. 궁금했다. 머릿속에서 장판을 없애보았다. 그러자 차갑고 거친 돌바닥이 느껴졌다. 또 동굴 속의 사람들을 없애보았다. 외롭고 쓸쓸함이 느껴졌다. 7년이란 시간을 상상해보았다. 감이 안 오길래 7년 동안 이병으로 군생활을 하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갑자기 죽고 싶어 졌다. 고통이 계속되어 적응이 되는 병도 아니었다. 몸에 종기가 나는 것은 고통이 가중되는 병이다. 그렇기에 처음에 욥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했지만 나중에는 하나님을 저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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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서 시험이 찾아올 때 하나님을 원망할 수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욥은 하나님께 흠 없는 사람이라는 칭찬을 들을 정도로 완벽했지만 시험 가운데 하나님을 저주했다. 우리도 그럴 수 있다. 악한 사람이 잘되고 선한 사람이 안된다. 흔한 일이다. 오히려 착하게 살면 손해 보는 세상이다. 착하게 살다가 패가망신을 당한 것이 바로 욥이다. 욥이 고통받던 동굴 주위에는 욥과 같은 아이들이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시리아의 아이들의 순박한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이들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가. 하나님의 시험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끔찍한 일들이다.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히브리인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던 하나님은 히브리인들을 이집트에서 탈출시켰고, 바벨론에게 지배를 당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울부짖음을 들은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바벨론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눈 앞에 당장 보이는 것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는 전능자의 손 길이 하루빨리 전쟁과 싸움을 멈출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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