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존재 이유

by 서장석


집에만 있으려니 지루하다. 반바지와 티셔츠,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선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닿은 곳, 카페. 늘 그렇듯 커피를 주문하고, 마치 지정석처럼 매번 같은 자리에 앉는다. 등을 기댈 수 있거나 머리를 살짝 기대 쉴 수 있는 의자가 있는 곳.

나에게 카페는 단순히 커피나 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다.
혼자 있고 싶을 때 방해받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장소, 집 밖을 벗어나 마땅히 갈 곳이 없을 때 들릴 수 있는 장소다. 특히 동네 카페라면 복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편안한 차림으로 가도 부담스럽지 않다. (아마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눈치를 주는 사람도 없다.
심심할 때, 혹은 집 밖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싶을 때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비 오는 날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우두커니 비를 바라보며 나를 볼 수 있는 곳, 그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위로가 된다.

카페는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업무적으로 대화할 때, 혹은 연인과 조용히 이야기 나눌 장소가 필요할 때 간단히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호텔 카페처럼 화려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도심 속 카페는 누구나 부담 없이 들릴 수 있다. 접근성도 좋다. 대화하고 차를 마시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공간이 된다.

가끔 여행지에서 숨 돌릴 곳이 마땅치 않을 때, 작은 도시의 카페는 훌륭한 쉼터가 된다.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독특한 실내장식이 있는 곳을 발견하면 왠지 ‘득템’한 기분이 든다. 이런 경험은 계획하지 않아 더 즐겁다. 예쁜 공간은 사진으로 남기고, 아내나 지인에게 보내 반응을 기다리는 재미도 있다. “어딘데 이렇게 예쁜 곳이 있느냐”는 질문이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 흐뭇하게 답장을 보낸다.

요즘엔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
‘카공족’이라 불리는데, 와이파이와 콘센트, 은은한 음악 덕에 공부하기 좋다고 한다. 카페 입장에서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내가 자주 가는 곳 중 한 곳은 아예 일부 좌석을 학교 책상처럼 배열해 ‘카공족 전용 공간’으로 만들었다. 카페를 단순히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생산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바꾼 셈이다.

이렇듯 카페는 일상 속 작은 쉼, 커피 한 잔의 여유,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한 장소로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카페는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쓰는 공공의 공간이다.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전화 소리를 크게 울리거나, 통화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다 들리게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모두 공공의 공간에서 성숙한 시민으로서 행동해야 한다. 점점 각박해지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하는 사회에서 더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카페에는 커피만 있는 게 아니다.
대추차, 허브차, 박하차 같은 다양한 음료와 아이스크림, 팥빙수까지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이런 편의를 누리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서로 배려하며 카페를 이용할 때, 비로소 카페는 작은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생각과 문화적 소비가 함께 이루어지는 곳.
혼자이거나, 둘 혹은 그 이상이 모여 시간을 공유하고 공간을 나누는 곳.
그곳이 카페다.

카페가 사랑받으려면,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이용해야 한다.
분위기를 즐기고, 타인을 존중하며, 조용히 자신에게 집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머무를 때 카페는 제 역할을 다한다.
좀 더 넉넉하고 성숙한 카페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며, 그것이 카페의 존재 이유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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