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 드넓은 바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방구석이라고 말하기도뭐한 좁고 어두운 고시텔에 엄마와 나 둘이 누워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다. 천장을 보고 바로 누웠을 때 텔레비전은 왼쪽에 있다. 바로 옆에는 엄마가 있기 때문에 화면을 제대로 보려면 팔꿈치로 지지대를 만들어 머리통을 올리고 엄마 등 너머로 화면을 본다.
"재밌겠다. 나도 바다 가고 싶다. 엄마는?"
"가면 좋지."
"둘이 갈까? 바닷가?"
"어떻게?"
엄마는 방법을 묻는 것이 아니다. 바다를 보러 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우리에겐 그 돈이 없다. 가족이라곤 꼴랑 우리 둘인데 해외는커녕 휴가랍시고 국내 바닷가도 가 본 적이 없는 고시텔 2인방에게 여행은 그저 사치다. 아니 사치라고 할 수도 없지. 생각해 본 적도 없기 때문에.
"그냥 가면 되지."
"그냥 어떻게?"
"아 그냥 가면 된다고. 내가 알아볼게"
"너 돈 있어?"
돈은 없다. 신용카드는 있고.
그냥 갈 수 있는 여행은 없지만 무책임하게 그냥 가보기로 한다.
여름 바다 보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엄마, 우리 제주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