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 (神木)
"아! 왜! 자꾸만 밀어! 내가 뭐 틀린 말을 했나 그 나무는 사람을 먹는다고" 순자 할머니가 김 형사에게 떠밀리며 소리쳤다.
"할매! 와 자꾸만 그래요. 사람 무섭고로... 아 그리고 어느 정도 말이 돼야 받아주지, 나무가 사람을 어떻게 먹는단 말입니까? 예? 막 이렇게 이렇게 뜯어먹습니까? 아니면 몸에 빨대 같은 거라도 꽂아서 쪽쪽 빨아먹나? 좀 말이 되는 소리 좀 하이소" 김 형사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순자 할머니에게 따지듯 소리치며 말했다.
화가 난 순자 할머니가 따박따박 대드는 김 형사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망할 놈" 하며 화를냈다.
그때 어느 틈에 나타났는지 순자 할머니 아들이 고함치듯 큰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이~ 또 여기 나왔나~" 순자 할머니 아들이 할머니 팔을 끌고 가며 김 형사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대신 사과 하였다.
"형사님! 죄송합니다. 어머이 고마 가입 시다." 아들이 김 형사를 향해 '치매 치매' 하며 한쪽눈을 깜박거리곤 고개를 까딱거렸지만, 입 모양으로만 말했을 뿐 입 밖으로 목소리가 나오진 않았다.
"저~ 개가 물어갈 놈이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잖아!" 순자 할머님이 아들의 손에 이끌려 가면서 소리치셨다.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할지…."
"어떤 것도 좋습니다. 있는 그대로만 말씀해 주세요."
"그게…. 우선 이수강 씨의 하반신엔 근육을 비롯해 수분 자체가 없어요. 보통은 사람이 죽어도 근육이나 지방층은 남아있거든요. 그런데 없어요. 바지하고 신발 그리고 뼈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그것도 그거지만 더 이해되지 않는 건 땅인데요. 사람을 생매장했다면 땅을 팠다는 흔적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것이 없어요.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것 처럼…."
"그게 말이 됩니까?"
"안 되지요. 그러니 이걸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할지 곤란하다 했잖아요." 국과수 직원조차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난 더욱 답답함을 느꼈다.
"후우~" 그저 깊은 한숨 말고는 달리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소리쳤던 순자 할머니의 목소리가 떠올라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반장님 어딜 가세요?" 양손에 자판기 커피를 들고 돌아오던 김 형사가 주춤거리며 물었다.
"따라와" 마주 오던 김 형사를 스치듯 지나가며 말했다.
"안에 아무도 없나요?"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계십니까? 계세요? 어머님~ 쾅! 쾅!"
"그 집, 아무도 없어요." 옆집 아주머니가 문도 열지 않은 채 인터폰으로 대답했다.
"죄송한데 혹시 어딜 가셨는지는 알 수 있나요?"
"나간 지 얼마 안 됐어요. 내가 뭘 아나요? 그 집 아들 말로는 할머니가 정신도 온전치 못하시고 망상 증상도 있고…. 아무튼 그래서 병원에 입원시킨다고 하던걸요."
"혹시 어느 병원인지는…."
"모르지요. 아무튼 문 두드리지 마세요. 우리 아들 고 3이라 예민하다고요."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우리는 경찰서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가던 길에 신목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김 형사 저리로 가자!"
"아휴~ 또 영감님이 제사 지내는구먼" 김 형사가 투덜거리며 핸들을 틀었다. '챙챙, 챙챙, 챙챙, 챙챙~' , '쿵더쿵, 쿵더쿵, 쿵더쿵, 쿵더쿵' 징 소리와 북소리가 하늘을 가득 메워저 어떤 소음도 침범하지 못할 만큼 촘촘했다.
허공을 떠다니던 소리가 양쪽 어깨에 내려앉을 때 자리에 앉아 징을 치던 무당이 '휘이~' 하며 소리치자 촘촘했던 소리가 서서히 열렸지만, 한동안 멍한 상태가 유지되었다.
"내가 너희들을 지킬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무당이 눈을 감고 앉은 채로 상반신을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신목님! 앞으로도 우리 마을 사람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 영감이 양손을 비벼대며 신목을 향해 연신 꾸벅거렸다.
"신이 진짜 있나?" 지켜보던 김 형사가 나직이 혼잣말로 말했다.
"있긴 뭐가 있어! 나약한 인간이 기댈 때를 찾는 거지" 김 형사의 혼잣말을 들은 내가 꾸짖듯 말했다.
"그렇겠지요? 그래도 이상하긴 하잖아요."
"나 같은 무신론자들은 신이란 그저 인간이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이라 생각하지. 자기 위안이자 부정을 합리화하고 포장하려는 핑계일 뿐이라고. 그렇게라도 해서 삶의 무게를 버티려는 게 아닐까? 물론, 신을 믿는 사람들 입장에선 내가 한없이 불쌍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김 형사와 대화하고 있을 때 몸 쪽으로 무언가 '우두둑'하고 부딪히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놀란 내 시선이 바닥을 굴러다니는 팥과 함께 굴러다녔다.
"이게 뭐야?" 서성이던 시선이 빠르게 무당 쪽으로 순식간에 날아 그녀의 미간을 치고 뒤쪽으로 흘렀다.
"여기가 어디라고…. 어서 나가" 무당 뒤쪽에 서 있던 최 영감님이 제법 묵직한 얼굴로 노려보며 소리쳤다. "예? 어르신 뭐라고요?"
"외지인이 이곳에 들어오면 안 돼 부정스럽게…. 어서 나가" 최 영감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어르신 저는…. 전 여기 사람인데요! 그러면 저는 있어도 되지요?" 나는 침묵했지만 김 형사는 그러지 않았다.
"김가 아들놈 이구만! 저 녀석 데리고 어서 나가라!" 최 영감이 팥을 한 줌 움켜쥐곤 또다시 우리 쪽으로 던지며 소리쳤다.
"왜요? 왜 이러시는 건데요?" 김 형사가 물었다.
"알잖아! 신목은 우리 마을을 지키신 수호목이야! 악으로부터 우리를 지키지, 우리 마을에 신목이 있는 한 나쁜 놈들은 얼씬도 못 할 거다. 안 그래 요들?" 최 영감이 마을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허공에 물었다.
"암요!, 그럼!, 맞아요!" 마을 사람들이 최 영감의 물음에 화답하듯 제각각 웅성거리며 말했다.
"허! 어이없네. 그 신목이 외지 사람은 안 지켜 준답니까?" 순간 실소가 터져 나왔고 화가 난 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사이도 없이 서운함을 쏟아냈다.
"시끄러워 잔말 말고 어서 나가!" 최 영감과 마을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왜 쳤다.
"아, 형님! 왜? 이래요?" 김 형사가 내 팔을 잡아채며 나직이 물었고 그들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김 형사가 나를 밀어내며 말했다.
저들이 미친 건지 내가 미쳐가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강 반장님! 손님 오셨어요" 허공에 나를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듣지 못했다.
'나무가 사람을 죽인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지나친 추측일까? 아니면 누군가 살해 후 신목 근처에 유기하는 건 아닐까?'
"반장님 손님 오셨다고요!" 전달되지 못한 목소리가 여전히 허공을 맴돌았다.
순자 할머니와 최 영감의 얼굴이 교차하며 머리가 복잡해지자 양손이 머리를 감싼 채 고개를 숙였다. 그때 누군가 내 오른쪽 어깨를 '툭'하고 건들며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형님! 아니 반장님! 무슨 생각을 하시기에 불러도 몰라요."
"어! 김 형사 왜? 뭐? 뭐라고 했어?"
"손님 오셨다고요" 김 형사가 마치 복화술을 하는 것처럼 입술을 움직이지 않은 채 조용히 말했다.
그제야 정신이든 내가 사방을 흩어보자 많은 시선이 나를 향해 있음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 시선들 중 낯선 신선을 찾아내 물었다.
"누구…?"
"처음 뵙겠습니다. MBS 박재훈 기자라고 합니다.
"기자요?"
"예! 반장님께 몇 가지 물어볼 말이 있어서요."
"무슨…. 아~ 일단 앉으시죠!" 곁에 있던 김 형사를 가볍게 밀어내며 말했다.
"아니요! 괜찮다면 밖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묻고 싶은데요"
"아! 커피라면…." 서랍 속에서 커피믹스를 꺼내려 하자 "신목에 관한 일입니다. 밖에서 조용히…!" 박 기자가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박 기자가 뒤따라 나왔다.
출입문을 막 나서는데 서장님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잠시 기다렸다가 인사를 했을 테지만 오늘은 왠지 그런 생각보다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서둘러 청사 밖으로 걸었다.
서장님을 피해 청사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딱히 앉아서 이야기할 만한 공간도 그럴 생각도 없어 대로변에 우두커니 서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이 정도면 됐나요? 하실 말씀이라는 게…." 담뱃불을 붙이기 위해 고개를 떨군 채 물었다.
"신목 살인사건 말입니다. 제가 좀 알아봤는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신목 살인사건? 당신들은 그걸 그렇게 부르는군요. 재목만 들어서는 마치 나무가 사람을 죽이는 것처럼 들리네요. 어떤 근거로 그런 재목을 단 거죠?" 아무렇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마치 마음을 들킨듯하여 당황했다.
"죄송합니다. 근거는 없어요. 정황만 있을 뿐 형사님도 아실 텐데요." 순간 박 기자의 안경에 비친 내 모습이 보였는데 내가 봐도 내가 당황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조심하세요! 정황만 가지고 그런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시면 안 되지요."
"그래서 형사님을 찾아온 겁니다."
"해줄 말 없습니다. 설령 있다고 한들 내가 뭘 믿고 당신에게 이야기하겠습니까! 바쁜 사람 불러놓고…. 한다는 말이 아휴~ 돌아가세요."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한 말씀이기도 하고요. 제가 형사님을 찾아오기 전 할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혹시 기자님이 만났다던 할머님이 김순자 님 이 시면 생각 잘해보세요. 그분 치매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보다 김순자 님을 알고 계신다면 그분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씀일 테고 그렇다는 건 형사님 역시 저와 생각이 같다는 말 같은데 아닌가요?" 그자가 오른손으로 안경테를 밀어 올리며 말했다.
"의미 부여하지 마세요.! 난 형사입니다. 목격자가 있다면 누구의 이야기든 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
"하하하! 예 알겠습니다. 아직 저를 믿지 못하시는군요. 언제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건 제 연락처입니다.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아까 보니 제 명함이 바람에 날린 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바닥으로 떨어뜨린 건지 아무튼 바닥을 뒹굴던데…. 이번엔 버리지 마세요." 그자가 명함 한 장을 내 브레스트 포켓에 꽂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