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없는 사냥
"반장님! 편의점에서 컵 라면이라도 먹고 오지요 배고픈데" 맞은편 차량에 있는 김형사의 무전이 고막을 때렸다.
"어이쿠! 시간이 벌써 이렇게네! 김형사 먼저 다녀와!" 어느덧 시간이 3시를 향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막을 구실도 없었다.
무엇보다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 만으로 너무 혹사시키는 게 아닐까? 하는 미안함이 컸다.
"에이 그러지 말고 같이 먹으러 가요. 영감님 나올 시간도 멀었는데...." 그때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차창 너머로 어슬렁 거리는 것이 보였다.
"잠깐만! 저거 길양이 아니야?" 길고양이 한 마리가 신목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서둘러 블랙박스를 실시간모드로 전환시킨 우린 고양이와 신목을 번갈아가며 주시하기 시작했다.
온몸이 검은색인 흙냥이 한 마리가 신목이 내뿜는 불빛에 이끌려 홀린 듯 나무 쪽으로 바짝 다가서는가 싶더니 곳 흥미를 잃고 되돌아가려고 몸을 틀었다.
그때 반짝이는 불빛이 길양이 발아래로 날아들었다.
신기한 듯 그것을 압발로 쿡 찍으려는 순간 불빛이 왼쪽으로 조금 달아나 깜빡였다.
멀리 가지 못한 불빛을 노려보던 고양이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불빛을 밟았지만 어느 틈에 달아난 건지 이번엔 오른쪽으로 달아나 깜빡거렸다.
제대로 약이 오른 고양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흡사 장난꾸러기 같았다.
"허허 녀석 귀엽네" 지루하던 차에 나타난 고양이의 재롱에 나도 김형사도 너털웃음을 지었다.
"형님, 더는 못 버티겠어요. 라면이라도 먹어야지, 뱃가죽이 등에 붙을 것 같아요. 먼저 다녀올게요."
무전을 마치고 운전석 문을 여는 순간, 실내등이 켜지며 그가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멀리서도 또렷이 보였다.
김형사가 밖으로 나오는 소리에 놀란 고양이가 잠시 움찔거리다 건너편 건물로 황급히 사라졌다.
그런데 그때 편의점으로 향하던 김형사의 행동이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김형사!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무전을 보냈지만 김형사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형사! 야! 만철아!"
그때였다.
"탕! 탕! 탕!"
세 발의 총성이 하늘을 가르며 울렸고 차량의 문이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요란하게 흔들렸다.
순간, 신목 주변의 공기가 일렁였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두웠으며 마치 파문이 퍼지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흔들림이었다. 눈으로 본다기보다 느낌 같은 형태였기 때문이었다.
총성과 함께 김 형사가 뒤로 휘청이며 쓰러졌다. 자신을 붙잡고 있던 나무뿌리가 총에 맞으며 힘을 풀었는데, 그것이 총격 때문인지, 아니면 그 일렁이는 파문 때문인지 그도 알지 못했다.
"형님! 괴물 이건 괴물이에요"
"무슨 소리야! 자세히 좀 말해봐!" 하얗게 질린 만철이의 어깨를 흔들며 물었다.
"뭔가가 제 발을 잡았어요. 처음엔 어딘가에 걸린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때 나무뿌리인지 얇은 끈 인지 아무튼 뭔가가 제 다리를 타고 올라왔어요."
"그래서 그게 뭔데? 총은 왜? 쏜 거고?"
"몰라요 저도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튼 그러다 다리 쪽이 마비되는 것 같더니 정신이 혼미해지더라고요. 어지럽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랬어요"
"그런데 총은 왜? 쐈냐고?"
"발이 빠지지 않으니까요. 발버둥 칠 수록 더욱 강하게 잡아 다니잖아요. 그래서 쐈지요. 아주 잠깐이지만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뭘까요? 뭐였어요?"
"몰라! 미 안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어! 내가 도착했을 땐 나무는커녕 굴러다니는 나뭇잎도 없었다고."
"그럴 리가.... 분명 있었다고요. 형님! 진짜예요." 만철이가 흥분하여 격양된 소리로 말했다.
"휴~~~ 아, 맞다! 형님! 블랙박스 블랙박스 확인해 봐요" 답답한지 하늘을 올려다보며 크게 한숨을 내쉬던 만철이가 자신이 타고 있던 자가용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 미치겠네" 만철이가 자신의 뒷덜미를 잡으며 말했다.
"알았어 김형사 믿어! 믿는다고" 김만철 형사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화면 속 김형사가 무언가와 사투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한 형태가 보이진 않았다.
"형님! 저기 저 사람 최영감 아닌가요?"
블랙박스 화면 속, 김형사의 왼쪽 뒤편에서 무언가 빠르게 움직였다.
처음엔 그림자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사람의 실루엣이었다. 순간적으로 화면에서 사라졌지만 엉거주춤했던 모습이 묘하게 신경 쓰였다.
"형님 좀 전에 그거... 최영감 맞지요?"
"글쎄! 그래 보이긴 하는데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지?"
영상이 끝나고 우리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최 영감님 댁이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이동하면서 박재훈 기자에게도 전화를 걸어 조금 전 상황을 설명하였다.
내가 박 기자와 통화 하는 사이 김 형사의 팔이 덜덜 떨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떨리는 손을 멈추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지만 좀처럼 멈추질 않았다.
내 시선을 의식한 김 형사가 황급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지만, 주머니 속 떨림이 느껴지는 듯했다.
"무섭냐?"
"무…. 무섭기는요!" 애써 센 척해 보이는 김 형사가 안쓰러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