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rbor Mortis

Arbor Mortis 4화

은폐와 폭로

by 서기선

아침햇살이 신목 주변을 밝히기 시작하자 하늘을 날던 푸른빛이 옅어지다 이윽고 사라졌다.

보통의 나뭇잎 이라면 빛을 받아들여햐 했지만 신목의 잎사귀는 반질거려 빛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밀어냈다.

여느 잎들은 광합성이라는 것을 위해 빛을 흡수하지만, 이 녀석은 어찌 된 일인지 빛을 밀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내 눈에는 괴상하게 보였지만 마을 사람들 눈에는 그것조차 예뻐 보였는지 칭송하기 일색이었다.

"어쩜 잎에서 저런 빛을 낼까? 너~무 이쁘다~" 햇볕을 밀어낼 때 생기는 반짝임에 마을 사람 중 누군가 말했다.

"누가 아니래~ 아이고~ 저 빛 좀 봐~ 매일 봐도 신기하고 예쁘구먼, 그런데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저 양반들이 왔데요?"

"몰라요! 아까 얼핏 듣기론 신목이 이번에도 나쁜 놈을 벌주었다고 하던데…. 처음 듣는 이름이라 누군지 죄목이 뭔지는 모르겠어요."

바닥에 떨어진 검은색 야구모자와 휴대전화를 증거물 보관 봉투에 넣을 때 폴리스라인 밖 두 여인의 대화가 들렸지만 못 들은 척 애써 무시했다.

"반장님! 어떻게 할까요? 여기 파 볼까요?" 만철이가 물었지만 난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만철이가 땅을 파기 시작하자 과학수사대 직원들이 우르르 달려와 관심을 보였다. 물론 나도 그랬다.

'나오지 마라!, 나오지 마!'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속으로 기도했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만철의 삽질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멈췄다.

"형님!" 김 형사가 부른 '형님'이라는 짧은 단어에 걱정이 잔뜩 묻어있었다.

내 짐작이 이번엔 빗나가길 바랐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내 우려와는 다르게 마을 사람들은 "와~" 하는 탄성을 질렀다.

"신목님이 이번에도 심판을 했다." 군중 속에 숨어있던 최 영감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그러자 폴리스라인 바깥쪽의 사람들이 라인 안쪽으로 들어서며 "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들어오지 마세요!, 물러서요!" 함께 현장에 나온 경찰 시보 몇이 사람들을 밀어내며 소리쳤다.

그 모습이 짜증스러워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꾸 이러시면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내가 소리치자, 시보를 밀고 들어오려던 사람들이 하나둘 뒤쪽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들 중 얼마 전 만났던 박재훈 기자의 모습도 보였지만 굳이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국과수에선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인골(人骨)을 하나하나 꺼내어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때 박재훈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금 전까지 근처에 있던 사람이 굳이 전화한다는 게 이상해 두리번거리자 멀리서 나를 바라보며, 전화기를 흔들어 보였다.

"여보세요"

"반장님 제보해 드릴 게 있어요. 간밤에 최 영감님이 동물 사체 유기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요?"

"거의 매일 같은 루틴으로 움직여 관찰 좀 했는데…. 새벽에 신목 주변에서 죽은 동물 사체였어요"

"그게 왜요?"

"모르시겠어요? 저 녀석은 나무가 아니라 괴물이라고요 김순자 할머니 말씀처럼 살아 움직인단 말입니다."

"이봐요! 적당히 하세요. 무슨 소설 쓰십니까?"

"사실은 반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잖아요. 아닌가요? 조금 전 카톡으로 사진 몇 장 보냈습니다."

사진 속에는 최 영감님이 쓰레기를 줍는듯한 모습이 스틸컷으로 담겨 있었다.

"이게 어떻다는 겁니까?"

"마지막 두 장의 사진 잘 보세요. 뭐 이상하지 않나요? 뒤쪽 바닥…."그제야 최 영감님 뒤쪽에 삐죽이 튀어나온 무언가가 보이긴 했지만, 워낙 먼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이라 어떤 건지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이게 뭐지요?"

"저도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저 녀석이 최 영감님 쪽으로 움직였다는 겁니다." 분명 사진 속 돌기가 나무 쪽에서 최 영감님 쪽으로 조금 더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사체는 뭡니까?"

"아무래도 영감님 역시 나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추측이지만요."

"그런데 그걸 왜? 저에게 알려주는 겁니까?"

"글쎄요. 믿음이랄까? 반장님은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 나를 믿어줄 것 같다는 믿음? 뭐 아무튼 왠지 믿고 싶네요, "

"고맙긴 한데…. 저에게 뭘 바라는 거죠?"

"바람이라…. 글쎄요. 제가 바라는 건 진실이지요. 숨김없는 진실 반장님이라면 그럴 분 같아요. 외압이 있어도 타협하지 않을 분 같았어요. 저는 그걸로 족합니다."

"고작 그런 것이 전부입니까?"

"고작 이라니요! 쉬워 보이나요? 고작에 이해타산이 붙는다면 과연 쉬운 일일까요? 이 사회는 이권 카르텔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금은 고작일지 모르지만, 거기에 이해관계가 형성된다면 어쩌면 형사님 혼자만의 힘으론 벅찰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시지요!"

"아닙니다. 지금은 정보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저는 죄 영감님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을 조금 더 관찰해야겠어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심하세요.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하시고요" 제법 먼 거리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통화를 마쳤다.

통화가 끝나고 그자가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난 반응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건가?" 최 영감이 화가 난 목소리로 고함치듯 소리쳤다.

"예~ 어르신 CCTV 달고 있습니다." 사설 업체에서 전봇대에 CCTV를 설치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누구 허락받고 그런 걸 다냐고?" 작업자의 사다리를 거세게 흔들며 소리쳤다.

"어르신~ 이거 왜 이러세요! 다쳐요! 그러지 마세요.!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사다리 위의 작업자가 최 영감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어서 내려와~" 이번엔 사다리를 걷어차며 말했다.

"이 영감이 미쳤나! 저리 가요!" 신목인가 부시깽이인가 지키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필요 없어 그러니 당장 그거 가지고 가! 달기만 해 가만있지 않을 테니 어서 가!" 최 영감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사다리를 쓰러뜨릴 기세로 사납게 소리쳤다.

"영감님! 왜 이러세요. 그러다 진짜 떨어져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요!" 사다리에서 내려온 사내가 안전모의 턱끈을 풀며 사납게 소리쳤다.

"어린놈이 어디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소리를 질러! 넌 어미·아비도 없냐?" 사내의 멱살을 잡으려 다가서며 소리쳤다.

"퉤! 에이 진짜! 늙으려면 곱게 늙을 것이지…." 사내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물러섰다.

"뭐야! 이놈아"

"갑니다 가요!" 사내가 사다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최 영감의 거센 저항으로 결국 CCTV를 달지 못한 난 자가용을 준비해 신목의 정면에 주차했다.

그리고 순찰차 한 대를 신목의 오른쪽에 주차하고 돌아갔다.

그렇게 꼬박 3일을 기다렸지만, 신목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박 기자 말대로 매일 새벽 최 영감이 신목 주변을 배회했지만 딱히 수상하거나 이상 증상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다 4일째 되던 날 자정이 넘었을 때 우리는 드디어 신목의 움직임을 확인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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