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모른다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늘 두 잔씩 사는 이유를
그는 모른다
그와 함께 있을 때만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것을
그녀는 모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고개 들리는 이유를
그는 모른다
늘 같은 자리에서 마주치는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설렌다는 것을
그녀는 모른다
"오늘 춥죠"라는 말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몇 번이나 숨을 고르고 있었는지
그는 모른다
그 짧은 인사가 얼마나 소중한 행복인지
그녀는 모른다
일부러 한 정거장 더 걸어가는 이유를
그는 모른다
그와 함께 걷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왔다는 사실을
그녀는 모른다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선 뒤에도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녀 역시 같은 순간
뒤돌아볼까 말까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도 그녀도 묻지 않았다
이 마음이 혼자만의 것일까 봐
조금 더 가까이 서 있지만,
조금 더 오래 머물지만,
조금 더 늦게 돌아선 두 사람
오늘도 그는 커피를 사고
그녀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