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구겨버린 약봉지를
다시 주워 폈다
그러자 먼저 드러나는 것은
펴지지 않는 선들이었다
한 번의 손길이 남긴 자국은
지우려 할수록
더 도드라진다
매끈했던 면은 사라지고
약 봉지는
자신이 겪은 시간을
숨기지 않았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미친놈 처럼
종이학을 접었다
날개에 주름이 모이고
겹쳐진 선들이
목아지에 남아도
학은 학이다
그렇게 약 봉지는
상처를 안은 채
또 다른 생을 건네받았다
스스로 날 순 없지만
바람이 불고 있으니
학은 오늘도
날개를 퍼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