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by 서기선

홧김에 구겨버린 약봉지를
다시 주워 폈다


그러자 먼저 드러나는 것은
펴지지 않는 선들이었다


한 번의 손길이 남긴 자국은
지우려 할수록
더 도드라진다


매끈했던 면은 사라지고
약 봉지는
자신이 겪은 시간을
숨기지 않았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미친놈 처럼

종이학을 접었다


날개에 주름이 모이고

겹쳐진 선들이

목아지에 남아도

학은 학이다


그렇게 약 봉지는

상처를 안은 채

또 다른 생을 건네받았다


스스로 날 순 없지만
바람이 불고 있으니
학은 오늘도
날개를 퍼덕인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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