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의 허무감을 이렇게 극복했다
어느 순간 독서의 무게와 압박에 짓눌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독서모임 10년 차가 넘어가면서 언제부터인가 나의 독서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평가 그리고 자율이 아닌 목적에 기반해 이루어졌다. 신앙 없는 맹목적인 신도 같았고, 감정 없는 연애의 지루함 같은 느낌의 독서는 깊은 허무감을 느끼게 했다.
허무함의 첫 시작은 구입해 놓고 읽지 못하는 책들을 바라보면서가 첫 시작이었다.
독서모임의 책 목록들, 신간코너를 보고 구입해 놓은 책들, 관심분야나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책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 있는 책들, SNS에 인생책으로 소문난 책 들, 구입하면 구입할수록 내게 큰 책임감과 함께 허무함을 주었다.
생각해 봤다. 독서를 하면 할수록 허무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책들을 통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지식은 힘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고, 실제 삶에 녹여낼지 고민하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끊이질 않는다.
책 속의 이상적인 세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 또한 어찌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은 때로는 우리는 좌절시기기도 한다.
사회의 모순점과 현실의 부정적인 모습을 비판한 사회과학 서적에서 제시한 방법 중 하나가 ‘연대와 사회구조의 변화’라는 저자의 대안에 수긍하면서 더 복잡해졌던 감정처럼 말이다.
책에서는 우리에게 완벽한 해결책, 이상저인 인간관계, 아름다운 감정의 세계를 제시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책 읽기의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는 너무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연실의 인간관계나 일상에 무덤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발을 땅에 딛고 걸어야 하는데, 가끔 발이 떨어진 채로 걷지 못하는 경우라도 나는 표현한다. 꾸준한 독서가 사회와의 연결을 느슨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고립감이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어느 날 서재에 높이 쌓여 있는 책을 바라보며 깊은 허무감에 빠진 적도 있었다.
독서는 끝이 없다. 읽을 책은 무한하고, 새로운 지식과 이야기는 계속해서 나타난다. 그 무한한 세계에 대한 탐구욕이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출장길에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커피숍이나 일을 하는 것보다 둘러보다가 작은 도서관 하나를 발견했다. 우연히 찾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보다는 자유롭게 책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내게 익숙한 책은 거의 없었다.
낯설기도 했지만 책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 잃어버린 독서의 즐거움이 찾아왔다.
작은 도서관에서 나올 때에 스마트폰 메모장에 잠깐 동안이지만 책을 보면서 기억나는 키워드 몇 개와 한 줄 소감 하나를 기록했다.
독서는 생각을 가져다준다. 그 과정은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독서의 가치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찾아내는 그 순간에 독서의 진정한 해방을 맞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