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절대 읽지 않는 IR자료>
1. 모든 VC에게 보내는 듯한 IR자료
창업자들 중 일부는 마치 영업사원이 판촉 전단지를 배포하는 것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VC에게 두서없이 IR자료를 배포하곤 한다. 또한 링크드인이나 관련된 주소로 무차별적으로 수집된 투자자 이메일 주소에 기업기밀이 담긴 IR자료를 발송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허나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생각해보자.
이렇게 누구에게나 공유된 기업에 투자하여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겠는가?
판촉 전단지와 IR자료는 이해의 깊이가 다르다. 전단지의 경우 고객의 흥미를 끌어 해당 사항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IR자료는 산업의 지식과 더불어 깊은 이해가 필요한 사항이다. 투자를 받고자 한다면 절대로 IR자료를 헬스 전단지처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2.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사업모델이라고 주장하는 IR자료. (추가로 NDA를 써야지만 내용을 알려줄 수 있다는 IR자료 )
간혹 창업자들은 본인들의 아이디어/기술이 세계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기술기업 창업자들이 주로 가지는 생각으로, 본인의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허나 대부분의 경우 이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을 거친 일반적인 기술인 경우가 많다.
기술 사업의 가장 중요한 사항은 특성상 해당 기술을 발견하는 것보다 이를 지속화/사업화 할 수 있냐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을 '누가 최초로 발견했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을 '누가 오랫동안 사업화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오히려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면 이를 충분히 투자자들에게 설명해주는 자료가 더 낫다.
만약 어느 투자자가 왜 기밀 자료를 공유하냐고 물어본다면
'알려줘도 실제 실행하는 건 저희밖에 할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창업자가 아닌 직원이 IR자료를 설명할 때
일부 창업자들은 본인의 사업계획서를 직접 설명하지 않고 영업이사, 기획본부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직원들에게 IR을 맡기는 경우가 있다. 통상 이런 상황에서 해당 인력들은 우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로 기업의 역량과 상황을 잘 설명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때 주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발표를 잘 못하는 경우다. 전체적인 IR자료는 그럴듯하게 설명하나 세부적인 기술, 산업분야, 주요 숫자를 물어보면 버벅이거나 대표자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몰입되던 투자자의 신뢰가 갑자기 깨지게 된다.
두 번째는 오히려 발표를 너무 잘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투자자의 질의사항도 충분히 대답하면 투자자는 대표자가 아닌 발표자에게 신뢰를 쌓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후 투자를 위해 창업자와 논의 시점에 발표자가 창업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투자자는 발표자에게 주던 신뢰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어떤 사람보다도 창업자가 IR자료를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IR은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습만 한다면 어느 창업자건 충분한 베스트 스피커가 될 수 있다.
4. 정부지원과제 형태의 IR자료
한국의 특성상 정부기관의 지원사업이 활발한 관계로 많은 창업자들이 한 번 이상 정부과제 지원사업을 위해 자료를 작성하게 된다. 문제는 해당 내용을 그대로 투자자들에게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창업자들이 이런 자료를 IR자료로 공유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정부지원사업 자료를 작성하다 보면 회사의 '모든 정보에 대한 기입'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창업자들은 정부지원과제 자료를 기업의 모든 정보가 담긴 IR자료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HWP 파일을 보는 순간 바로 삭제할 것이다.
가독성이 좋지 않은 정부지원과제 포맷을 열심히 읽어가며 창업자의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투자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IR자료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명확한게 사실이다. 오늘도 본인들이 작성한 IR자료를 한번 살펴보자.
#스타트업 #투자자VS창업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