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 신화의 종말>

by Seon


'안정적인 커리어' 라는 개념은 20세기 산물이다.


공장과 관료제가 지배하던 시절, 기업들은 예측 가능한 직원을 필요로 했고, 그에 따라 만들어진 HR시스템이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고도 성장기 시절 일본에서 건너온 '연공서열'과 '종신고용' 문화가 조직의 핵심 원리로 자리 잡으며 이러한 경향이 더욱 고착화되었다.


나이와 근속 연수가 곧 전문성이자 보상의 척도가 되는 일본식 모델은 과거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성장을 일궈내는 데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이식되었던 것이다.


8htbo5t51ui41.jpg



안정적 커리어의 공식은 단순했다.


1)일찍 전문화하고 2) 충성을 유지하며 3)근속 연수를 보상하는 위계 구조를 천천히 올라가는 것


HR 시스템은 근속 연수, 자격증, 순응을 중심으로 단순한 조립 라인처럼 구성되었으며, 기술이 느리게 변하고 대부분이 60세에 은퇴하던 시절엔 과거에는 이 모델이 잘 작동했다.



하지만 AI라는 도구가 등장 후,


커리어의 의미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구글 머신러닝 TensorFlow 전문성을 키우려고 5년을 쏟아붓은 사람의 기술이 한순간에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는 기본지식으로 바뀌고, 회사 내에서 SQL이나 엑셀함수로 10년간 본인의 영역을 구축해오던 자칭 전문가 집단의 일들이 신입에게 가르치면 1개월이면 끝나는 일들로 바뀌고 있다.


오늘날 직장인은 60년 커리어를 살아야 하지만, 10년간 쌓은 자신들의 전문성이 순식간에 기본 조건이 되어버리고 새로운 기술 사다리가 생기고 있는데



과연 직장에서 ‘평생 오를 커리어 계획을 세우는 것’ 의미가 있을까?




career.jpg


"새롭게 등장한 지그재그 커리어"



미국의 VC이자 뉴스레터 작가인 루벤 도밍게즈(Ruben Dominguez)가 최근 ‘왜 AI 시대에는 한 우물만 파는 사람보다 여러 분야를 오가는 '지그재그형' 인재가 승리하는가’라는 아티클로 지그재그 커리어를 다시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지그재그 커리어는 회사내에서 단계적인 직선형 계단이 아니라 일련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직업 생활이다. 각 업무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길을 열며, 다음 업무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



예시로


엔지니어가 CS팀으로 이동해 구매자의 목소리를 배운 뒤, CS관련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그리고 다시 개발팀으로 복귀 시 고객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제품을 리팩토링 한다.


정책 연구원이 데이터분석 능력을 배워 기후 테크 스타트업의 CSO로 합류한 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당국을 설득하여 딜을 성사시킨다


디자이너가 교육을 통해 독자층을 키우고 소규모 스튜디오를 세운 뒤, 벤처 스튜디오에 합류해 새로운 제품을 함께 만들거나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지그재그 커리어 = 제너럴리스트"



경영학적 관점에서 이 개념의 뿌리는 결코 최근의 것이 아니다. 더글러스 홀(Douglas T. Hall)은 이미 1976년에 다양한 경력의 중요성에 대해 이미 이야기했다. 그는 개인이 단순히 조직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기술을 바탕으로 스스로 경력을 설계하는 '경력의 다양함(Protean Career)'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의했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과 경제적 변동성 가속화로 이 논점이 점차 들어맞기 시작한 것이다.



2026년의 제너럴리스트는 AI를 활용해 과거 여러 부서의 손을 거쳐야 했던 업무를 혼자서 완결짓는 '1인 군대'가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산업군을 거치며 쌓은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는 조직에 유용한 정보와 협업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시스템이 깨끗하고 안정적일 때는 전문가가 빛을 발하지만, 현재처럼 시스템이 뒤엉키고 복잡할 때는 재너럴리스트가 오히려 커리어에 알파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진짜 충격은 커리어의 변화가 아니다"



진짜 충격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자신의 사고방식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는 여전히 자격증을 위해 가르치고, 기업은 여전히 연공서열로 승진시키며, 대부분의 직장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구조의 꼭대기에 안전이 있다고 믿는다.



나 조차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직장인이 아니었나 되묻게 된다.



오늘부터라도 지그재그 커리어를 쌓기 위해 늘 하던일이 아닌 전혀 다른 업무나 프로젝트에 도전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성공방정식이 사라진 시대의 부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