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의류 공장

트라이앵글 화재가 남긴 비극의 기록

by 권설아

1911년 3월 25일, 뉴욕 맨해튼의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그날 오후, 한 의류공장에서 벌어진 화재는 평화를 산산이 부수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트라이앵글 웨이스트 컴퍼니에서 발생한 이 비극은 단순한 화재 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자비한 착취와 안전불감증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잔혹한 살육극이었다. 146명의 목숨이 허망하게 사라졌고, 71명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그날, 뉴욕은 절망에 휩싸였다.


지옥으로 변한 공장: 착취의 현장이 화마에 휩싸이다


트라이앵글 웨이스트 컴퍼니는 당시 뉴욕 맨해튼의 중심부에 위치한 전형적인 '땀 흘리는 공장'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이었으며, 그중 일부는 고작 14세에 불과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주한 이탈리아와 유럽 유태인 이민자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주어진 현실은 냉혹했다. 최저 임금을 받으며, 비위생적이고 위험천만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았다. 그들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견뎠지만, 그 고통의 끝은 차가운 죽음이었다.


재난의 서막: 작은 불씨가 잔혹한 대재앙으로


1911년 3월 25일, 공장 노동자들은 또 다른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퇴근을 불과 20분 앞둔 오후 4시 40분, 8층에서 재단 기계 아래 쌓여 있던 천 조각들에서 작은 불씨가 피어올랐다. 그 불씨는 순식간에 천 조각들 사이로 번졌고, 불길은 삽시간에 공장을 집어삼켰다. 8층의 노동자들은 재빨리 탈출했지만, 9층에 있던 이들은 화재가 발생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탈출구는 잠겨 있었고, 그들은 불길 속에 갇힌 채 비명을 질렀다. 공장 경영진은 노동자들이 자리를 이탈하지 못하게 하려, 그리고 자재 도난을 막기 위해 문을 잠가두었고, 이 결정이 결국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공포의 순간: 탈출구를 찾지 못한 노동자들


불길은 9층과 10층으로 무섭게 번졌다. 절망에 빠진 노동자들은 탈출구를 찾아 헤맸지만, 그들의 탈출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부는 옥상으로 달려가 비상계단을 찾았지만, 부실하게 지어진 비상계단은 무너지고 말았다.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그 무너진 계단에서 추락해 즉사했다.


한편, 다른 노동자들은 화물 엘리베이터를 통해 탈출을 시도했지만, 엘리베이터도 열기로 인해 레일이 뒤틀리며 멈춰섰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불길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자, 일부는 공포에 질려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들의 몸은 뉴욕의 차가운 거리로 떨어졌고, 그 자리에서 생명이 끊어졌다.


도망친 경영진: 무책임의 극치


불길이 번지는 와중에도, 공장의 공동 경영자인 맥스 블랑크와 아이작 해리스는 직원들의 목숨보다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했다. 그들은 누구보다 먼저 옥상으로 도망쳐 목숨을 건졌다. 정작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으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었음에도, 그들은 책임을 회피했다.


화재 이후, 그들은 살인에 준하는 죄목으로 기소되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되었다. 재판이 시작된 지 27일 만에 배심원단은 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들의 변호사는 경영진이 문이 잠겨 있었던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무죄 판결에 분노한 대중들은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외쳤다.


절망과 분노의 외침: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다


공장주들이 형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민사 소송에서는 각 희생자에게 75달러의 배상금이 지급되었다. 그러나 그 금액은 그들의 목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이후, 맥스 블랑크는 또 다른 공장에서 문을 잠가두어 2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했을까? 트라이앵글 화재 사건은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명을 경시한 경영진의 비도덕성과 무책임함이 만들어낸 잔혹한 결과였다.


화마가 남긴 교훈: 노동자의 안전은 결코 타협할 수 없다


이 참사 이후, 뉴욕 주 의회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64가지 조항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화재 안전 시설의 도입을 의무화하고,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를 포함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의 오래된 건축물에 철제 계단이 설치된 것도 이 사건 이후의 소방 법규 개정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 우리는 트라이앵글 화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하며,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며, 그것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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