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마워
결혼 후 몇 번 친정 엄마 음식을 흉내 냈다.
엄마가 해준 생채는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생채였는데 매년 가을 무가 나올 때면 자주 해 먹었다. 절인 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빨리 먹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 번에 입 안 가득 먹을 때면 가을을 느끼기도 엄마의 사랑을 느끼기도 충분했다.
매년 가을이 되면 맛이 잘 든 가을 무를 꼭 구매한다. 구매를 하곤 소고기 무웃국도 끓여 먹고 된장찌개에 무를 살짝 넣어서 맛을 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절반정도 남은 무를 보며 생채를 다시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렇게 생채를 매년 시도하고 유튜브를 보았다가 인스타 쇼츠를 보았다가 파워블로거의 레시피를 조금씩 참고하더라도 결국 입에 넣어보면 엄마가 해 준 그 맛이 아니다. 그래서 저번 가을에는 우리 집에서 무생채를 해달라고 부탁해서 우리 집에서 우리 집 조미료들을 사용하여 무생채를 만들어주었다. 먹어보아도 역시나 엄마 맛이다. 결국 문제는 내 손이다.
결혼 4년 차이고 주체적으로 식사를 차린 것까지 포함하면 가족 밥은 챙길 수 있을 정도임에도 엄마의 음식을 따라갈 방법은 잘 모르겠다.
입덧이 심했을 때, 엄마한테 '육개장을 먹고 싶다.'라고 했다. 육개장은 엄마가 자주 해보지 않은 음식이라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는데 부모님 댁에 간 이틀 내내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을 만큼 육개장을 가득 고와두셨다. 그리곤 이것저것 반찬을 챙겨주셨는데 철부지 딸은 거실에서 뒹굴거리며 오랜만에 늦잠도 자고 쉴 수 있었다.
부모님과 아이가 영상통화를 자주 하는 편이다. 적적하실까 봐 거는 것도 있고 아이가 요즘따라 말을 야무지게 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키우시는 닭에 대한 참견(?)을 하는 아이의 말이 웃기기도 해서 매일 저녁에 영상통화를 한다. 영상통화를 걸어두곤 집안일을 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부모님은 물어보신다.
"지호야, 밥 먹었어?"
"녜에"
"엄마는? 엄마는 밥 먹었어?"
저 멀리서 나는 "어~! 먹었어!!!" 라며 대답한다.
집안일을 하면서도 부모님의 이런 걱정을 들으면 혼자 피식피식 웃곤 한다. 또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도 이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또 아빠는 어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엄마는 나보다 어린 나이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가끔 부모님께서 할머니랑 할아버지 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나는 아직 겪어보지도 겪고 싶지도 않은 일들이라 어찌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묵묵히 먼 곳만 바라본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을 종종 느낀다. 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삶 속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진심으로 알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윤여정선생님이 일을 하러 나가실 때, 노모께서 걱정하며 나오셨던 그 장면이 자꾸만 사랑스럽게 떠오른다.
*첫 문장 출처 : 바깥은 여름 /김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