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세계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직 둘째를 낳아서 기르는 상태는 아니지만,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29살의 나의 기억은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 '결혼준비' 딱 2가지 키워드로 말할 수 있다. 운이 좋게 새로운 직무에서 일할 수 있었고 그 와중에 결혼준비를 했다. 혼란스러운 시기이기도 했지만 매일 산책하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29살이라고 하면 20대의 끝자락이고 도전을 하기 조금 망설여지는 그런 나이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내 머릿속 깊은 곳에서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조금은 가진 채 시작했다.
전공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한다는 것은 굉장히 불안감을 가져왔다.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왔고 이런 작은 연봉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들었다. 29살에 최저시급에 준하는 인턴급여로 살아간다는 것, 29살 결혼준비를 하며 돈이 잔뜩 들어갈 때 세금 떼면 200이 안 되는 작은 월급을 보며 나의 미래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했었다.
그러다가 정말 친한 언니의 난임소식을 들었고 '임신'이라는 것이 나의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아이'가 어쩌면 생각보다 늦게 찾아올 수도 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아이'는 생각보다 작았고 내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와장창 무너졌다. 통제성이 강한 나에게 아이는 변수 그 자체였고 내 삶을 어떻게 설계해 나가야 될지 고민되었다. 주변 친구들 중에는 결혼한 사람이 없었고 그렇기에 나의 혼란스러움을 풀어낼 곳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40대 조리원 언니들과 대화할 일이 많이 생겼다. 언니들을 보며 '비교'보다는 아이 존재 자체의 소중함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20-30대 때 일도 열심히 해보며 억대 연봉을 받는 그녀의 존재, 가치관 등은 나의 생각을 조금씩 전환시켜 주었다. 아이를 키우며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이때가 아닌가 싶다.
아이는 아이만의 속도로 자라난다. 누군가는 대근육, 소근육 발달이 모두 빠르고 누군가는 대근육발달은 느리지만 말이 빠르기도 하다. 누군가는 대근육발달이 엄청나지만 주변 친구들이 문장으로 말할 때 단어로만 소통하기도 한다. 각자 가진 기질, 성향, 환경 등에 의해서 발달 속도가 달라진다. 때때로 주변을 돌아보며 부모들은 자주 불안해한다. 주변의 정보들이 빠르고 다양하게 들어오는 시기에 무엇보다 집중해야 하는 건 '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이를 '어떤 아이'로 양육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그러기 위해서 내가 지금부터 훈육하는데 어떤 생각, 가치관을 가지고 지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내가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또 아이의 성향은 어떠한지 등을 파악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런 부분이 처음부터 잘 되진 않지만 아이를 안고 울었다가 불같이 화내는 내 모습에 놀랬다가 한 없이 우울감을 맛봤다가 기록했다가 하며 육아에 점차 스며든다. 우리 아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져서 점차 이 친구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의 세계에서 성장속도는 아이가 정한다. 어쩔 땐 슈퍼카급으로 가기도 하고 어쩔 땐 크곤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동이 없기도 하다. 또 어쩔 땐 '진짜 말 안 듣네.'라며 남편에게 푸념을 하기도 한다.
*첫문장 출처 :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이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