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레다 Oct 07. 2020

안타깝지만 탈락입니다.

2020년 10월 7일


기대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하지만 분명 될 것만 같았던 일이 어그러졌다.

'아쉽지만 이번에는-'으로 시작하는 메일을 연거푸 4번째 받았다.


지난 일은 잊고 지금에 집중하자.


참 깔끔하고 멋지기까지 한 이 문장을 실천하기란 어찌나 껄끄러운지.

거절과 탈락에 부딪혀 까끌거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런 시간조차 여유 없는 현실에 밀려 아껴야 할 때면 여지없이 서럽다.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끝엔 낭만적이기까지 한 두려움이 일지만

어떻게 먹고살지?라는 말엔 서늘한 공포가 서린다.



생존만이 전부인 동물의 세상으로 추락하는 기분.

그 힘생각보다 강력하다.

눈동자가 뒤집어지고 숨이 턱턱 막혀 이대로 끌려가다간 이내 기절하고 말겠다는 생각마저 아득해질 -

깜빡이는 커서로부터 북소리를 듣고, 빈 종이를 바라보며 헛것을 볼 것만 같은 - 때쯤에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이왕이면 맥주 마시며 조금 몽롱한 정신이 되어 시간을 소비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면서도 훤한 대낮에 이렇게 여유 부려도 되는 것인가 하며 자신에게 도끼눈을 뜬다.


그런데 이봐, 잘 생각해보라고.

이걸 여유라고 부를 수 있어?

엉망인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 보겠다는 건 여유라기보단 노력인 거지.

스스로를 구제하기 위한 노력.




*맥스 퍼킨스와 토머스 울프의 실화를 담은 영화 <지니어스>






매거진의 이전글 어리석어도 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