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병으로 다스린다.
또 병이 도지고 있다.
첫째, 게으름병. 이건 이제 달고 사는 지병이다.
게을러터져 큰맘 먹기 전엔 글을 쓰지 않는다.
그런 놈이 매일 꾸준히 막걸리는 잘도 퍼 마신다.
주말부부를 했을 땐 취화선 장승업도 아닌 놈이
괜한 멋에 막걸리를 마시며 키보드를 두드리곤 했는데
이젠 막걸리를 마시며 리모컨을 두드린다.
둘째, 작가병. 완벽한(?) 글을 쓸 능력도 없으면서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글쓰기를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결국 아무 글도 쓰지 않는 상황의 반복.
매일 작은 기록이라도 남겨 놔야
나중에 그걸 다듬기라도 할 텐데...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니 글쓰기가 더더욱 어려워진다.
이 두 병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오랫동안 글쓰기를 멈췄다.
하지만 나에겐 또 하나의 지병이 있었으니 부활병.
"나 오늘부터 다시 태어난다!" "이제 다 죽었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공허한 외침이지만
이 부활병 덕분에 크게 엇나가지 않고
나름대로 중심을 잡아올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부활병이 다시 도졌다.
오늘부터 일상을 부담 없이 기록해 보자!
내 브런치 글을 누가 많이 보지도 않는다.
브런치에 '끄적끄적'이라는 매거진 하나를 만들었다.
[끄적끄적] : 글씨나 그림 따위를
자꾸 아무렇게나 막 쓰거나 그리는 모양
사전적 정의에 있는 단어들이 맘에 든다.
'자꾸', '아무렇게나', '막'
부활병으로 나머지 두 병을 치유할 수 있을지...
어쨌든 다이어리에 끄적거려 봐야겠다.
2023년 7월 27일. 부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