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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작가 Nov 30. 2023

두드려라. 그리하면...

광고글 올리다 한방에 갑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2017년 말, 네이버에서 연락이 왔다.

육아 관련 글을 정기적으로 올려달란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포스트'라는 걸 개설해서

거기에 글을 올려주면 메인에 올려주겠단다.


오잉? 나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했지?

역시 네이버... 그냥 대기업이 아니었어.

인재 보는 눈이 탁월하구만~

재밌겠다,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수락했고

2018년 1월 포스트를 개설하며 연재를 시작했다.

어느새 팔로워가 1만 명이 넘었고,

내 글을 재밌게 봤다는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하루 10분, 아빠의 대화법>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꿈같은 시간이었고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마감일의 압박이란 걸 처음 느껴보며

작가의 삶이란 이런 건가 괜히 으쓱하기도 했고

글감을 찾기 위해 뭐든 실행에 옮기고

의미를 찾기 위해 사소한 일도 곱씹어 생각했다.


포스트 조회수가 잘 나오다 보니

홍보업체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죄송하지만 저는 상업적인 글 올리는 사람 아닙니다~

모두 무시하거나 거절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글을 짜내는데

막상 내게 떨어지는 수익이 없잖아?

TV나 유튜브도 광고수익으로 돈을 버는데

내 독자들도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응원하는 마음에 일부러 광고글을 클릭도 해주고

유튜브 광고를 넘기지 않고 다 보는 사람도 있다던데...

까짓것 나도 한번 해봐?


광고 글 몇 개를 올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글의 조회수가 급감했다.

광고 글에 실망한 독자들이 떠난 건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네이버에서 제재 조치를 취한 거였다.

이날 이후 내 글은 검색이 되지 않았다.

알아보니 한번 제재가 걸리면 회복 불가란다.

한 번의 경솔한 행동으로 그동안 가꿔온 나름의 커리어,

내 추억, 글, 구독자들, 앞으로 또 있을지 모를 기회...

모두 한순간에 날아갔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날 이후 내 글은 포털 메인은커녕

검색도 되지 않았고 나도 글 쓸 동력을 잃었다.

벌써 3년 반이 다 되어 간다.

내 죗값을 치르는 거라,

비싸게 배운 경험이라 생각했다.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김민섭 작가가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던 경험이 나온다.

커뮤니티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치밀한 계획 하에 댓글을 달며 베스트 글에 랭크시키고,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책을 알리고

개개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팬층을 확보하고...

지금까지도 자신과 관련된 글을 검색해

댓글과 좋아요로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


와... 이 정도 열정과 노력은 있어야 하는구나...


아무것도 한 게 없었던 과거의 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금의 내가 보였다.

읽던 책을 덮었다. 뭐든 행동하고 싶었다.


네이버에 연락해 보자.


대표전화는 기계음만 들렸다.

기계랑 쇼부를 볼 수는 없는 노릇.

할 수 없이 고객센터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요약하자면 딱 두 문장이다.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보내고 나니 홀가분했다.

결과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뭐라도

행동으로 옮겼다는 생각에.


되든 안 되든 결과는 크게 상관없다.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아

하나씩 실행에 옮기며 살아가려 한다.


두드려라. 그리하면...

적어도 나만의 스토리가 쌓일 것이니...


* 방금 네이버에서 답장이 왔다.

사람이 보낸 건지 AI가 보낸 건지 헷갈리는,

결론을 알 수 없는 일반화된 공식 멘트가...


난 또 두드릴 것이다.

사람의 응답을 받을 때까지...

이렇다 저렇다 응답을 들을 때까지...

(카카오 플랫폼에서 네이버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

이런 걸로 카카오에서도 저를... 설마...

브런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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