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남매 엄마의 벼랑 끝 같던 삶

외로움 속에 피어난 관계의 지혜-소상공인의 소통과 협업의 시작이다.

by 설 언니


제목을-입력해주세요_-001 (1).jpg 풍년 숯불 갈비
12-1.JPG 가족사진

8남매의 엄마, 그리고 갈빗집을 10년 넘게 운영해 오신 사장님. 제게 엄마는 강한 분이라기보다는 말수가 적으시고, 어떤 힘든 일도 내색하지 않으며 묵묵히 버텨내시는 분이었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들은 것은, 큰아이 세 살, 작은아이 한 살이던 때다.

17평 남짓한 사택 아파트에서 살고 있을 때, 엄마에게 치매가 찾아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럴 만도 하셨다. 가게를 10년 하고 큰언니에게 물려주면서, “이제 나도 좀 놀러 다녀보자” 하셨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시기 시작했다.

서울 보훈병원에서 5년, 원주의료원에서 3년 동안 긴 간병의 시간이 이어졌다.

아버지가 소천하시고 홀로 계신 지 1년쯤 지났을 때, 병이 찾아왔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엄마 집에 갔었다.

대문을 열어둔 동네라 “엄마, 설이 왔지?” 하며 들어섰는데 인기척이 없었다.

방과 부엌에도 계시지 않아 순간 불길한 기분이 스쳤다.

집 밖에 있는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엄마가 쪼그리고 앉아 계셨다.

“엄마, 왜 그래?” 물으니 잠깐 어지러워 넘어져 다라에 부딪히셨다고 하셨다.

팔에는 상처가 나 피가 흐르고, 말씀도 제대로 잇지 못하셨다.

얼른 모시고 병원으로 갔다. 언제나 불길한 예감은 비껴가지 않았다.

아버지를 보내고 정신줄을 놓으실까 봐 자주 찾아뵀는데, 이번에는 예감이 맞았다.

검사 결과는 다발성 치매 초기. 기억도 사라지고, 행동도 느려지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엄마의 삶은 늘 혼자 감당하시는 시간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아이들과 가게에 맞춰진 일상. 8남매의 엄마로서, 가게 일과 살림과 뒷바라지를 동시에 해내셨으니, 그 짊어진 무게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이었을 거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가게 안에서도, 어쩌면 엄마는 늘 외로움을 느끼셨을지 모른다.

함께 속 이야기를 나눌 동료도,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도 없이, 매일 가게 매출과 가족 생계를 혼자서 지탱해 내셨을 거다. 그 시절 소상공인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외롭고 고단했다.

엄마는 “자식들만 배불리 먹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음식 장사를 시작했다.

엄마는 말수가 정말 적으신 분이다. 전형적인 충청도 분이라, 큰 소리도 내지 않으셨다.

그러나 손님 한 분 한 분의 얼굴과 이야기를 꼭 기억하셨다.

단순히 맛있는 갈비를 파는 것을 넘어, 그분들과 관계를 맺으며 더불어 삶을 살아내신 분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단골손님이 많은 가게였다. 손님들에게 언제나 따뜻한 사장님이셨다.

그러한 인간적인 마음이야말로 풍년숯불갈빗집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어쩌면 엄마의 외로움은 반대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시간이, 오히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을 깨닫게 하신 게 아닐까?

엄마는 손님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시고, 작은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다.

아들이나 손주와 함께 찾아오는 손님에게 안부를 묻고, 때로는 인생의 아픔을 나누고, 조언도 하며 친구가 되어주셨다.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이 오가는 소통이었다.


지금 장사를 하시는 소상공인 분들에게 이런 진정한 관계 맺기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손님과 꾸준히 대화하며 신뢰를 쌓는 것, 그것이 진정한 단골을 만드는 비결 아닐까? 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피드백을 가게에 반영하는 그 작은 행동이 곧 소통의 시작일 것이다. 다. 엄마가 그 시절 홀로 고군분투하던 시간과는 달리, 지금의 소상공인 분들은 ‘협업’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옆집 가게 사장님, 같은 업종의 동료들과 정보를 나누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서로 성장할 수지역 상권 활성화 모임도 있고,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도 있다.

이제는 함께 소통하며 협업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대다.

매일 벼랑 끝에 서 계셨던 우리 엄마처럼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주변의 분들과 손을 맞잡아 보고 그 손이 언젠가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