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인솔자 자격증을 따기까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는 가끔 현실과 이상의 갭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상이 현실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꿈은 꿈에서 끝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엔 평소에 느끼던 꿈과 현실 사이의 갭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 여행은 내게 이상과 현실이 만나는 곳, 그래서 비로소 삶이 완성되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내 과거의 취미가 여행이었고, 현재의 취미가 여행이며, 미래의 취미도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이 취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잘 하게 된 것도 여행이라 어느 새 내 특기 또한 여행이 되었다.
지난 4월 나는 다소 식상하지만 나 자신을 찾으러 한 달간 혼자 여행을 떠났었다. 35년을 찾아 헤맸는데 여전히 제대로 찾지 못한 나 자신을 한 달간의 여행을 통해 찾을 수 있을런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사실 별로 없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실천에 옮기게 된 것이다. 챙겨야 할 것은 나 자신 뿐이었기에 나에게 아주 쉽게 집중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고민하던 것들에 대한 답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여행의 끝자락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는 동안 내가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잘 하는 것들의 교집합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잘 하지 못했던 것들에 실망하고 속상해 했던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더 이상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선 가슴이 아닌 머리로 잘 하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나서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아는 사람이 없어도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지금 서있는 곳이 매우 낯설지라도 아무렇지 않게 하려고 했던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란 것이다. 내가 가진 능력의 빛이 여행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좀 더 반짝거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사람들에게 능력을 발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오랜 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무리 대단한 열정이라해도 그 열정만으로는 직업을 구할 수 없으니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만료된 영어 시험 성적을 갱신했다. 여행업과 관련된 자격증을 따기 위한 점수이기도 했지만, 자격증을 위한 것이 아니어도 만료된 성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제일 먼저 영어 점수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점수가 갱신 되었음을 확인 한 후엔 필기 시험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다닐 줄만 알았지 지리와 역사 나아가 관광과 관련된 법에 대한 조예가 싶지 않았던 터라 필기 시험 준비가 가장 어려웠다.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시험에 통과하게 되어 면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면접을 보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최종합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과 해외여행인솔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관광통역안내사는 쉽게 말해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여행가이드' 가 되어 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명소를 소개하며 여행을 안내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해외여행인솔자는 외국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에게 '인솔자'가 되어 주는 것이다. 여행이 시작되는 공항에서부터 여행지를 거쳐 다시 공항으로 돌아올 때까지 여행객들의 여정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해외여행시 관광객들 앞쪽에서 '관광' 을 책임지는 역할을 여행가이드가 한다면 여행 기간 동안 관광 이외의 일을 관리하고 책임지며 그들의 뒤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해외여행인솔자'인 것이다.
여행가이드의 역할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지난 날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나는 인솔자와 더 잘 맞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의 나는 앞장 서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 아닌 뒤쳐지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사람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어떤 단체든 그 단체 안에 사람들의 성격, 취향, 컨디션 등은 제각각일 가능성이 크다. 단체를 리드를 하는 사람도 물론 필요하지만 뒤에서 개개인의 요구와 문제를 파악하는 사람이꼭 필요한 이유이다. 증명해낼 방법은 없지만 아주 당돌하게도 이런 일을 잘 해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제2의 인생은 '해외여행인솔자'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