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쏟은 한 달,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우디의 건축물은 구엘 공원이다. 가우디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친구 구엘을 위한 공간에서 바르셀로나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그리고 어느 새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전 세계인을 위한 공간이 된 구엘 공원. 이곳에선 그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서로를 아꼈던 진심이 진하게 전해진다.
구엘 공원은 하나의 공원이라고 하기엔 그 규모가 상당해 찬찬히 둘러보려고 한다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사실 규모도 규모지만 가우디 건물의 특징인 놀라운 디테일을 살펴보기 시작한다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알 수 없어진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연상 시키는 두 개의 건물과 도마뱀 분수대 이외에도 이곳 구엘 공원에는 살펴 봐야 할 구경거리가 넘쳐난다.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라벤더 정원도 아름답고 넓게 펼쳐진 광장에서 보는 바르셀로나 전경도 아름답다. 무엇보다 그 광장에 길고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놓인 벤치가 있는데 내가 생각했을 때 구엘 공원의 백미는 그 벤치인 것 같다.
이미 만들어진 타일을 일부러 깨서 붙인듯한 벤치를 보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굳이 왜 이런 수고를 한 것일까’ 였다. 그리고나서 또 궁금해진 것은 잘 만들어진 타일을 일부러 깨어 그 조각들로 이 벤치를 채운 타일공들의 생각이었다. 작업을 하는 동안엔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후에 그들이 쏟은 수고가 전세계 사람들을 매료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 이 벤치에선 인부들이 느꼈을 의아함과 그들의 끝없이 이어졌을 수고 그리고 가우디의 고집스러운 상상력이 동시에 느껴진다. 아주 작은 타일 하나에서부터 시작된 가우디의 남다른 시각과 의도는 이 공간을 새로운 세계에 있는 미지의 공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작은 것 하나에도 자신의 숨결을 고스란히 불어넣은 가우디의 열정이 이 공원을 여전히 살아있게 만든다.
유명한 이미지로 인해 이 공원이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구엘 공원은 무료로 입장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유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뉘는데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은 누가 언제라도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항상 열려있다. 이른 아침 구엘 공원을 찾았을 때 가벼운 옷차림으로 조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내가 이곳에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이곳이 나의 삶의 터전이었다면 나도 저 사람들처럼 아침마다 가우디가 만든 공원에서 조깅을 할 수 있었겠지..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공원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먼 곳에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에게도 커다란 휴식을 선사해주는 이 공원이 있어 바르셀로나가 더 아름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