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과 상담을 통해 약을 복용 중이다
비보험일 때는 약을 먹는 것이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이제 정확한 진단만 나오면 보험 처리가 가능하니 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되었다. 비보험일 때 첫 투약 시, 무기력증이 있었는데, 다시 투약한 후 꾸준히 복용하며 용량을 조절한 결과 일상생활에 도움을 받기 시작한다. 그래서 복용 후 차이점에 대해 공유해 본다.
1. 집중력 vs 산만함
산만했다. 내가 스스로 느끼기에 내가 산만했다. 첫째, 성취도가 낮았다. 다른 것에 흥미를 빼앗기면 다른 활동으로 넘어가는데,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일들에서도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업무 완성도가 매우 떨어진다. 더불어 삶의 질도 떨어진다. 성취감을 덜 느끼기 때문.
둘째, 대화를 끈기 있게 이어가지 못한다.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게 아니라, 갑자기 다른 주제로 튀거나, 다른 사람의 끼어드는 말에 집중을 쉽게 빼앗긴다.
셋째, 우선순위가 없다. 닥치는 대로 눈앞에 보이는 대로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나 급한 일 등을 우선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하거나, 또는 급한 일만 처리하다가 중요한 업무를 놓치기도 한다. 특히 스케줄에 따른 업무 처리가 취약한데, 다음 할 일에 시간을 맞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다가 시간에 못 맞추기 일쑤다.
이런 산만함이 사라지고,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업무 처리가 효율적이며, 우선순위와 스케줄에 따른 업무를 처리하기 용이해졌다.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다른 중요한 업무로 가는 것이 잘 안 되었는데, 약 복용 후에 가능해졌다. 또한 다시 하던 일로 돌아와 마무리하는 것을 잊지 않게 되었다.
업무 중에 다른 흥밋거리가 생기면 집중이 깨져서 자꾸만 다른 흥밋거리로 넘어가려 하는 것도 자제하고, 하던 일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게 되었다.
2. 안정감 vs 불안
ADHD가 심할 때는 이유 없이 불안했다. 불안해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보면 이유가 없었다.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렸다. 무언가 놓친 것 같은 불안, 잊은 듯한 불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듯한 불안 등등.. 늘 산만함으로 야기된 후폭풍으로 겪는 불편한 상황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알 수 없는 기분으로 살아야 했다.
하지만 약 복용 후에 집중력이 좋아지며, 스스로의 업무 평가가 높아지고, 업무 해결도가 높아지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적어졌다. 또한 머릿속에 업무 등 스케줄 맵핑이 되고, 본인의 업무 능력에 따른 업무 처리 시간 등이 계산이 되면서 업무가 체계적이 되고, 체크리스트가 떠올라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차분하게 체크할 수 있게 되어, 무언가 하지 않은 듯한 불안감이 사라졌다.
불안은 나 자신은 들뜨게 만들고, 자꾸만 무언가 다른 효율적인(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을 하도록 강요했는데, 그런 강요하는 마음이 사라지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자연히 차분해지고 안정적이 되었다.
3. 적절함 vs 과잉반응
감정 반응이 과했다는 것은 약을 복용한 이후에 깨달았다. 한마디로 오버 반응이었는데, 웃음도 짜증도 화냄도 반응이 과했다. 감정의 그릇이 작아서 감정이 쉽게 차올랐고, 그에 따른 반응 또한 조금 더 과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약을 복용한 이후로는 감정이 차오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여유가 생겼다. 그에 따른 반응도 과하지 않음을 느낀다.
이러한 이유들로 성인 ADHD로 힘든 상태라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약물 치료를 받길 바란다. 그리고 약물에 의존하지 말고, 내 생활습관을 바르게 유지하는 루틴을 만들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ADHD로서 겪는 불편함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