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수집증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폐기증이 있는 사람도 있다.
난 후자다.
두 해를 안 쓰고 지난 물건은
미련 없이 버리기 선수다.
그러다 보니 제자리를 지키는 큰 물건 말고는
소장품으로 남은 게 없다.
그런데 세월 지나서야 돌아보고
버린 것 때문에,
이토록 아쉽게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던 게 있다.
세상 가장 순한 사랑이 아득아득
배어 있는 것들...
이렇게나 작은 사람이 있나 싶은
배네옷.
걸음 뗄 때마다 삑삑 울던 앙징맞은
슬리퍼.
나비처럼 살포시 얹혀서 함께 외출하던
예쁜 모자.
꼬막손에 꾹꾹 힘을 주며 색칠한
그림일기장...
참 얄짤 없이 싹 다 버렸다.
후회해도 소용없어서 더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