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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국 Aug 01. 2019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 여행

- 프라하에서 체스키로

체코 출국 일주일 전에 웹서핑을 통해서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 교통편을 예약했다.

프라하 땅을 밟아보지도 않고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 교통편까지 예약을 했다니! 과연 예정대로 잘 될지 염려가 많았다.

삼일 동안 프라하 시내를 돌아다닌 경험은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데 어려움이 없음을 확인해주었다.

이틀 전 프라하성을 보러 왔을 때, 점심을 먹기 위해서 트럼을 타고 네 정거장을 간 곳이 Andel인데, 그곳에서 체스키 크룸로프에 가는 버스를 탈 줄은 몰랐다.


버스는 예정시간에 출발했다. 좌석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콘센트가 있었다. 여행객들을 위한 서비스가 좋다. 버스가 체스키 크룸로프에 닿을 때까지 세 개의 중간정류장을 거쳤다. 창 밖에는 누렇게 익은 밀들이 수확을 기다리거나 이미 수확한 너른 밀밭이 자주 보였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만난 체스키 크룸로프의 아름다운 풍경은 마음을 사로 잡았다. 캐리어를 옆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구글지도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서 숙소로 갔다. 3층 건물의 3층에 있는 객실. 뾰족한 지붕 아래에 위치해서 공간은 다소 불편했지만 유리창 밖으로 강과 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좋았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스키 크룸로프는 관광을 위해서 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어디든지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곳에 볼거리가 있었다.

보헤미아를 뜻하는 체스키, 굽어흐르는 강을 뜻하는 크룸로프는 그 안에 아름다운 도시를 품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또 어디에 있겠나 싶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느 곳이나 멋진 사진이 되는 곳. 지붕, 벽, 바닥이 모두 조화를 이루면서 걷는 이들에게 아름답다는 느낌을 선물하는 곳.

손님을 기다리는 상점들은 수제품이거나 음식점이다. 그래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흔한 곳이다. 도시 전체가 관광객들이 소비한 돈으로 유지되는 구조이지만, 상점들이 돈 때문에 경박해 보이지는 않는다. 가끔은 사진을 못 찍게 하는 상점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상점은 사진에 박하지 않았다.


가장 많은 시간 동안 나를 붙들어 놓은 곳은 Dum cheskych remesel(Radnicni 23, Vnitrni Mesto, 381 01 Cesky Krumlov)였다. 화학약품으로부터 안전한 나무로 만들어진 완구, 생활용품들은 3층까지 전시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 태어날 손주를 위해서 선물을 사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였다. 나무로 만들어진 완구들은 건드리면 반응을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정말 재미있게 구경을 했고, 아내도 최고의 상점이란 생각에 동의했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에 오르면 도시의 아름다운 집들의 지붕과 초록이 조화를 이루며 보이고, 보트를 타고 래프팅을 즐기는 행복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굽어흐르는 강이 아름답다. 네모난 작은 돌조각을 땅에 박아 다진 길은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부어 빠르게 만든 길이 아니어서 길을 걷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였다. 모짜르트, 드보르작, 에곤 쉴레 등 예술가들의 혼이 여전히 살아서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연주회, 전시회를 통해서 감성을 한껏 드높인다.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갔던 수퍼마켓 COOP, 케밥하우스(Linecka 266, Cesky Krumlov)는 여행 경비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오전 6시반에 열리는 수퍼마켓에는 신선한 야채, 치즈, 우유, 맥주를 공급했다. 케밥하우스는 매일 아침 식사를 해결해주었다. 터키에서 만난 케밥의 다양한 종류를 기대할 수 없고, 밥으로 만들어진 케밥은 없지만 야채와 육류, 마늘 소스가 어우러진 케밥은 한 끼 식사로 무난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 찾아갔던 강가의 Tavern of the Two Maries(마리의 선술집)에서 먹은 전통 체코 음식 굴라쉬는 이태리 여행에서 시골마을 여행에서 만났던 음식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는 돼지고기가 들어있는 스프를 밥에 넣어서 비벼 먹었지만, 굴라쉬는 빵조각에 찍어 먹는 차이가 있었다.


환전을 하면서 받은 돈은 프라하보다 이익이 적었다. 프라하에서 환전을 했을 때는 1유로에 25.51코루나이었지만, 체르키 크룸로프에서는 23.61코루나를 주었다. 1.9코루나, 한화로 따지면 100원 정도의 손해가 있었다.


아내에게 한 달쯤 체르키 크룸로프에서 쉬다가 돌아가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바쁠 것 없는 일상들이 모인 휴양 도시. 7월과 8월 사이에 열리는 페스티발에 참여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체르키 크룸로프 성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이 들리는 재즈 음악 소리에 음악회에 입장하기 위해서 어떻게 입장하느냐고 물었다가 ‘sold out’이란 소리에 발길을 멈추기도 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공연에 참석이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비가 내린 오후의 공원에는 먹이 활동을 하는 여러 종류의 새들을 만난다. 내가 가만히 서 있으면 새는 먹이를 찾기 위해서 내 옆을 종종걸음으로 유유히 지나친다. 겨우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를. 박새, 동고비, 참새, 지빠귀, 할미새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만났다. 가끔은 혼자서 강 위의 하늘을 급히 날아가는 오리류도 보인다. 마을의 작은 공터에는 파랗고 붉은 사과가 수많은 열매를 달고 큰 나무로 자라 있다. 숙소 앞에는 수십미터의 키를 가진 우람한 참나무, 단풍나무가 뛰엄뛰엄 자라고 있으며, 숙소 옆 공원에는 잔디 둘레에 거대한 나무들이 강 옆으로 자라고 있다.


보헤미안 왕국에서 신성로마제국으로 다시 보헤미안 왕국으로, 이웃나라의 침략에 의해 속국이 되었다가 20세기 전쟁을 겪으면서 소련의 위성국가로, 마침내 독립하면서 슬로바키아와 나뉘면서 체코공화국이 되는 역사 속에서 현재의 모습을 잘 지켜낸 이곳 체르키 크룸로프는 굽어 흐르는 강과 강 옆의 도시, 자연생태계가 잘 조화를 이루어 오늘을 이루고 있다. 다시 찾고 싶은 체스키 크룸로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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