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규 아나테이너를 만나다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1인 방송 시장에 장성규 아나운서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 주목받았다. 방송 국 현직 아나운서 최초로 인터넷 1인 방송 BJ에 도 전해 이수근, 강호동 등 ‘방송꾼’ 속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았던 장 아나운서. 스스로를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어필함에도 밉지 않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비결은 어디 에 있을까.
인터넷 1인 방송의 힘은 ‘사람’에서 나온다. JTBC 가 장성규의 ‘장’과 ‘JTBC에서 짱 먹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함축시켜 만든 ‘짱티비씨’가 방영 계획 10개월을 넘어 1년 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 은 온전히 ‘장성규’ 한 사람의 매력 때문이었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다. 정규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기획, 촬영, 후편집 등의 과정에서 기획 의도와 진행자의 멘트가 적당히 포장되거나 ‘통편집’되는 게 예사다. ‘짱티비씨’는 오히려
1인 방송이라는 틀을 통해서 장 아나운서만의 색깔을 전혀 지우지 않았던 게 인기 요인이 됐다.
이름 석 자 걸고 그려낸 인터넷 1인 방송 짱티비씨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해 3만 뷰를 이끌어 낸 콘텐츠로
장 아나운서의 1인 채널 크리에이터 전기를 다뤘다. 출발은 간단한 대화에서였다. “당시 인턴PD와 함께 페이크다큐 형식으로 찍 어보자며 둘이서 대화하는 형식으로 3분짜리 영상 을 만들었어요. 내부적으로 완성물에 대한 반응이 좋 았고 채널 개설로 이어졌죠.”
장 아나운서가 짱티비 씨 콘텐츠를 만들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무엇이 든 ‘해보려는 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유일한 실패가 있다면 도전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는 것. “저는 상당히 회의적인 사 람이었어요. 그런데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시도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죠.” 사실 그가 아나운서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은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다. 또래보다 늦은 대학 입학과 공무원, 회계사를 준비하던 그가 아나운서라는 직업 을 선택한 계기는 당시 여자친구 때문이었다. “공무원과 회계사 모두 제가 원하는 일은 아니었죠. 여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선택한 직업이 아나운서였어요. ‘빨리 안정된 직장을 얻어서 이 친구랑 결 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하지만 여자친 구는 “네가 진짜로 원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며 이별을 통보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며 저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 봤던 것 같아요. 그 친구랑 마주보고 있느라 챙기지 못 했던 것들, 내가 뭘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어릴 때부터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하고 교회 행사도 척척 진행했던 장 아나운서는 ‘발표할 때 내 가 생각한 포인트에서 사람들이 웃을 때 쾌감을 느꼈다’는 점을 떠올렸다. 그리고 곧 아나운서라는 직업 을 천직으로 받아들였다. 장 아나운서는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 하는지 인생에 한 번쯤은 외롭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탐색 해 봐야 한다”며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성규’라는 이름이 처음 대중에 알려진 것은 2011 년 MBC 예능프로그램 ‘신입사원’에서다.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한 무렵 MBC에서 아나운서 오디션 프로 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는 4학 기가 남은 상태라 방송사 공채를 준비하려면 1년 반 을 더 공부해야 했는데 때마침 그 프로그램이 나온 거예요. 기회다 싶어서 덜컥 지원했죠.” 타고난 방송 감각은 그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만담꾼 수준의 입담과 재치로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나 싶 었지만 결국 최종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탈락의 쓴맛을 되새기기도 전에 또 다른 기회가 찾아 왔다. 당시 주철환 JTBC 본부장이 그에게 손을 내민 것. 이 외에도 각종 기획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한 달여간의 고민 끝에 그는 JTBC를 선택했다.
JTBC 1기 아나운서로 시작해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한 장 아나운서는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 고 말했다. “각종 시험을 준비하던 과정과 신입사원 탈락 등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게끔 하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지난 2013년에는 아나운서의 길을 가게 해준 당시의 여자친구와 결혼해 꿈과 사랑을 동시에 얻기도 했다.
하루가 쌓여 한 달, 일 년이 되고 그것이 모여 한 사람 의 역사가 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이 틀릴 수도 있다. 장 아나운서는 “인스타그 램과 페이스북 등 SNS를 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고 방송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저는 관심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인스타 그램 최적화 유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SNS 를 할 때도 최대한 자기 과시나 자랑보다는 재미를 주거나 의미 있는 내용을 담아 소통하려고 노력해요. 아들 하준이와의 소소한 일상 등을 올리지만 단순히 ‘킬링 타임’이 아닌, 웃기지만 웃고 마는 걸로 끝나지 않을, 팔로워 분들에게 작은 의미라도 줄 수 있는 내용으로요.”
“인스타그램 팔로워 분들이 제 포스팅을 보는 순간만이라도 즐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서 ‘아나테이너’ 이상의 프로 정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