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버티던 시절
카페를 열었을 때 직원과의 관계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같이 바쁘고 같이 힘들고 같이 마감했다. 서로 이름을 부르고 농담을 했으며 손님이 없을 때는 잠깐 숨을 돌렸다. 그 시절의 나는 사장이기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피로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가 달라지는 순간은 대체로 조용하게 왔다. 큰 사건이 생기지 않아도 누군가 크게 실수하지 않아도 어느 날 문득 공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말이 조금 줄고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 짧아졌다.
그때는 이유를 잘 몰랐다. 그저 요즘 다들 예민한가 보다 정도로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순간이 관계의 분기점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직원과의 관계가 달라지는 순간은 일을 같이 한다는 감각보다 역할이 다르다는 현실이 선명해질 때였다. 처음에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되었고 직원은 그 결정을 따르는 사람이 되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근무표를 짤 때 급여를 이야기할 때 기준을 설명해야 할 때 그전까지는 같은 편이라고 느꼈던 관계가 조금씩 어긋났다.
나는 가게 전체를 보게 되었고 직원은 자기 하루를 보게 되었다. 누가 틀린 것도 아니었다. 다만 보는 방향이 달라졌을 뿐이었다.
문제는 그 차이를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나는 가게를 위해서라고 말했고 직원은 나를 위해서를 생각했다. 둘 다 자연스러웠지만 그 사이에는 늘 작은 간극이 생겼다.
그 간극을 무시하자 관계는 서서히 식었다. 괜찮은 줄 알았던 말은 상처가 되었고 의도 없던 결정은 불신으로 남았다.
나는 한동안 직원과의 거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더 친해지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밥을 같이 먹고 농담을 더 하고 불편한 이야기를 조금 미루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관계는 친함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준이 모호해질수록 관계는 더 흔들렸다. 어디까지가 부탁이고 어디부터가 업무인지 어디까지가 배려이고 어디서부터가 기준인지 그 경계가 흐려질수록 서로 더 피곤해졌다.
직원은 눈치를 보게 되었고 나는 설명을 반복하게 되었다. 그때 알게 됐다.
직원과의 관계가 달라지는 순간은 거리감이 생길 때가 아니라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할 때라는 걸.
사장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고 직원은 그 결정 안에서 자기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걸 인정하지 않으면 관계는 감정에 기대게 된다.
감정에 기대는 관계는 언젠가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지금은 방식을 바꾼다. 친해지려고 애쓰기보다 기준을 먼저 말한다. 잘하는 건 잘한다고 말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가능한 한 조용하게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멀어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남은 관계는 오히려 단단해진다.
직원과 사장의 관계는 원래 대등하지 않다. 그 사실을 부정할수록 서로 더 힘들어진다.
나는 여전히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 다만 예전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 함께 웃되 기준은 분명히 하고 가깝되 역할은 흐리지 않는다.
카페 창업 후 직원과의 관계가 달라지는 순간은 사람이 변해서가 아니다. 가게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그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차분히 받아들이는 게 지금의 나에게는 사장의 몫이다.
관계는 지키려 애쓸수록 오히려 망가지기도 한다. 대신 역할을 존중하면 관계는 그에 맞게 다시 자리 잡는다.
그게 카페를 오래 운영하면서 배운 조금 늦은 깨달음이다.